을씨년스레 내리는 겨울비는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그리 정갈스러운 비는 아니다.
그럼에도 만나는 겨울비는 겹겹이 끼워 입은 내복을 다 적실만큼
가슴 속을 후벼 파는 묘한 특성도 있다.
사람을 어쩌지 못하게 만드는, 묘한 비다.
앉아 있지도, 서 있지도 못하게 만드는 차분하지도 요란스럽지도 않은 심술이 깃든 비다.
화투패의 12월 비광, 폴짝 뛰며 반기는 개구리 한 마리와 등장하는
우산 쓴 심술쟁이 영감같은 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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