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발명한 우수한 문자 한글은 유네스코에도 등재될 만큼 세계적으로 위용을 떨치고 있는 가운데, 시대에 맞게 꾸준히 변하고 있지만 최근 과도한 외래어와 은어, 비속어의 남발이 이루어지고 있어 도가 지나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443년 창제된 한글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처음 '훈민정음'에서 보인 한글의 모습은 점차 모서리가 사각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1459년 '월인석보'에서는 ㅇ, ㅿ, ㆆ, ㆍ을 뺀 지금의 기본 문자를 갖추게 됐다.
현대에 들어 한글은 보다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점차 변화했다. 맞춤법의 변화가 주를 이뤘으며 받침 표기의 경우를 예로 '살미'에서 '삶이', '늘근사람'에서 '늙은사람', '놉다'에서 '높다' 등이 있다. 이는 초기문서에서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의 여덟자만을 받침으로 사용하는 '팔종성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없지 않았다. 오랜 시간 사용해 온 맞춤법을 바꾸다 보니 혼란이 생긴 것이다. 90년대까지 썼던 '~읍니다'의 경우 '~습니다'로 바뀌는 등 맞춤법의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적지 않은 국민들은 혼란을 겪었으며 아직까지 ~읍니다로 표기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짜장면'의 경우도 '자장면'으로 개정했지만 일부 국민들의 혼란으로 인해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하기도 했다.
도를 넘어선 한글의 변화무분별한 신조어 남발까지
이처럼 시대가 변하면서 국민들은 조금 더 편하고 합리적인 발음과 맞춤법으로 한글을 변화시키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10년간 매년 334개에서 588개 사이의 신어를 발표해 왔다. 지난해 신조어로 인정된 단어는 '후방주의', '혼밥족', '현웃', '핵꿀잼', '피꺼솟', '킨포크족', '존맛', '진지병자' 등 총 334개다. 하지만 그 도가 지나쳐 지금은 세대 차이를 조성할 만큼 줄임말과 은어 등 신조어가 남발되고 있어 의사소통에 장애가 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KBS에서 방영한 '상상플러스'에서는 세대 차이를 줄이자는 취지로 신조어들을 다룬 바 있다. 당시 몰래 촬영을 한다는 뜻의 '도촬'(도둑촬영), 작성한 게시글에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는 뜻의 '무플'(無 댓글), '열공'(열심히 공부하다), 슬프다는 뜻의 '안습'(안구에 습기차다) 등 줄임말이 성행하면서 기성세대들에게 놀라움을 넘어 신비감을 전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이 같은 신조어를 사용했던 세대들이 이제는 기성세대가 됐다. 요즘은 단순한 줄임말을 넘어섰다. 특히 도덕성을 넘어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헬조선'(hell+조선), '극혐'(극도로 혐오스럽다), '노잼'(재미없다), '시월드'(시댁) 등의 단어들을 좋지 않은 형태로 일상대화에 남발하면서 기성세대는 물론 젊은 사람들도 인터넷을 많이 하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들게 됐다.
실제로 30대 중 '빠충'(베터리 충전기), '뻐정'(버스 정류장) 등의 단어를 모르는 사람도 의외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말끝마다 벌레를 뜻하는 '~충'을 붙이는 단어는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다. '맘충', '급식충', '꼰대충', '진지충' 등의 표현을 일상생활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는 것이다. 단지 아이를 데리고 외출했다가 '맘충'이라는 말을 들은 주부들은 뜻도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같은 신조어를 남발하는 이들은 일상 대화에서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면 오히려 무시하고 멸시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주객전도'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치열해진 경쟁 사회가 이기적인 풍토와 다소 폭력적인 정서 상태로 바꿔 놓은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의 사용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보다 짧고 간결한 단어를 만들어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도 은연중에 인터넷용어와 줄임말 등을 내뱉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한글날을 맞아 순 우리말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나도 모르게 사용하는 은어와 비속어를 줄여 올바른 한글을 사용하는 문화가 연출되기를 기대해본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