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트렌드연구소(CUTI)가 2019년 트렌드 키워드를 발표했다. 바로 '셀피(SELPPY)의 법칙'이다.
2018년 한 해는 개인의 행복에 포커스를 두고 '워라밸' '소확행' '케렌시아' 등의 단어가 생겨났다.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2019년 트렌드 키워드 '셀피(SELPPY)'는 Self+Happy의 합성어로 '진정한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한 법칙'이란 뜻이다.
SELPPY의 S: Socie'家'ty(소사이가티)
Socie'家'ty는 사회를 뜻하는 'Society'와 가정을 뜻하는 한자어 '家'의 합성어로 고정된 성 관념의 변화가 가정에서 사회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사회 현상을 말한다.
Socie'家'ty는 가정 내 고정된 성 역할을 탈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남성이 아이의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라떼파파'의 등장과 함께 여성이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가정들이 생겨나면서 이제는 성별에 관계없이 개인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가정에 필요한 역할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행태에 반영돼 성별을 뛰어넘어 '취향' 중심으로 향하는 '젠더 뉴트럴' 바람을 몰고 왔다. 젠더 뉴트럴은 패션 뷰티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됐지만 이제는 개인의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SELPPY의 E: EMOTICONSUMER(이모셔널 컨슈머) – 감정 수요자
'EMOTICONSUMER'란 '자신의 감정을 담은 이미지'를 뜻하는 Emoticon과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의 합성어로, 이모티콘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의사 표현 방식에 빗대어 감정을 직접 체험하기보다 누군가의 경험을 통해 대리로 느끼려는 사람들을 말한다.
유튜브 플랫폼의 확산을 타고 새롭게 생산되는 영상 콘텐츠에서 주로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소리 마케팅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ASMR', 보기만 해도 포만감이 느껴지는 '먹방', 타인의 일상을 엿보며 간접경험을 통해 만족감을 얻는 '브이로그'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자신의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려는 현대인들의 특성과 함께 등장했다. 피로한 일상의 스트레스는 현대인들을 완전히 방전시켜 버렸고, 현재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 즉 대리만족 콘텐츠 열풍은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여가생활을 직접보다는 간접적인 체험으로 즐기는 현대인들로부터 인기를 얻는다.
SELPPY의 L: LAN선구자 – 1인 브랜드 왕국의 도래
LAN'선'구자는 유선 인터넷 케이블을 말하는 랜(LAN)선과 선구자의 합성어로 1인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소비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것을 의미한다. 1인 미디어의 등장이 이를 활용한 마케팅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면 2019년에는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유통의 판까지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에이터들의 '1인 마켓' 활동 영역은 기존의 SNS마켓에서 발전하여 현재 홈쇼핑,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유통업계는 1인 크리에이터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롯데백화점·갤러리아·신세계·현대홈쇼핑·CJ오쇼핑 등 내로라하는 유통 대기업들은 모두 인플루언서와 손잡고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유튜브의 이용자가 유행에 민감하고 신제품에 호기심 많은 1020세대에서 최근 중 장년층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업체와 1인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랜선구자는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소비문화를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SELPPY의 P: Past Is New – 미래로서의 과거
Past Is New란, 과거 유행했던 문화 혹은 콘텐츠를 새로운 콘텐츠로 재가공해 소비하는 사회적 흐름을 말한다. 현재의 문화와 유행을 직접적으로 소비하는 2030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 과거 콘텐츠는 그들에게 익숙한 문화와는 상반된 새롭고 독특한 감성을 전달한다.
일례로 최근 개봉해 많은 이들이 열광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70, 80년대를 휩쓴 전설의 록밴드 퀸을 소재로 한 영화로, 표면적으로는 기성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20-30대의 젊은 관객에게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새로운 자극과 감성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니즈와 현대적인 시스템이 만난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레트로 문화를 소비하는 2030 세대들에게 있어 과거는 더 이상 기성세대들만의 문화가 아니다. 그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새로운 연결통로가 되고 있다.
SELPPY의 P: PlatFun(플랫펀) – 나를 위한 쓸모 있는 재미를 추구하다
플랫펀이란 플랫폼과 재미를 뜻하는 펀의 합성어로 기존의 플랫폼이 단순한 교류의 장으로 그친 데 반해, 재미의 요소를 더한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플랫펀'은 엔터테인먼트와 커스터마이징, 크리에이팅한 활동을 통해 사용자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대형 쇼핑몰 '스타필드'의 경우 기존의 쇼핑 시설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식음서비스, 전문 서비스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쇼퍼테인먼트(Shopping과 Entertainment의 합성어)의 공간으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향유하는 작금의 시대에는 유튜브가 동영상 플랫폼의 대표주자로 그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동영상 콘텐츠를 플랫폼 상에서 스낵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게 되고 SNS의 이용이 활발한 소비자층의 특성에 힘입어 그 파급효과는 더욱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SELPPY의 Y: You 心 (유심) – 너의 마음. 개인의 취향과 경계
You 心은 말 그대로 '너의 마음'을 의미한다. "네 마음대로 해"라는 말이 이제는 더 이상 개인을 질책하는 표현이 아닌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겠다는 표현이 되는 시대다. 2030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에서 정한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에 따라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만족'이다.
2019년 소비 시장, 유통 채널 그리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새로운 주역은 바로 '나'가 될 것이며, '나'의 편리성을 높여줄 싱글족 맞춤형 서비스가 각광받을 전망이며, 소비자들은 이 개인 맞춤형 플랫폼을 놀이터로 삼고 그 안에서 새로운 '티슈 인맥'을 만들고,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은 마음껏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 혼자에 익숙하고 스스로 나 혼자를 자처하는 밀레니얼 1인 가구는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나의 경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나는 나의 행복, 나의 경계만을 지킬 것이니 이 선을 침범하지 말라"는 선언이 아니라 너의 영역도 존중할 테니 서로의 선을 지키자는 약속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네 멋대로 해!"가 앞으로는 질타가 아닌 인정의 의미로 변화할 것이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