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핵심 원전기술 유출 파문에 휩싸인 한국전력기술이 지난해 실적 호조에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D등급(미흡)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배수 한국전력기술 사장은 기관장 경고를 받게됐다.
지난 6월 20일 기획재정부는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대상인 128개 공기업과 준공기업은 지난해 경영 실적을 기반으로 최고 S등급부터 최저인 아주 미흡(E) 등급을 받았다.
1분기 깜짝 실적에도 '낙제점'
한국전력기술은 정부 탈원전 정책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3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D등급을 받았다. 또 올 1분기 영업이익 88억 원을 내 시장 전망치 49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한전은 지난해 1조1745억원 순손실을 기록하고도 B등급(양호)을 받았다. 이번 평가에선 안전, 윤리경영, 일자리, 상생 협력 등 사회적 가치 관련 평가 배점을 종전보다 50% 이상 대폭해 비중이 컸다.
D등급 이하 기관은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이들 기관은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사항을 점검받아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는 D·E 등급 기관에 대해서 내년도 예산반영, 성과급 지급, 인사조치 등에도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D등급을 받은 기관들은 재임기간 6개월 이하인 기관장을 제외하고 경고조치 취해진다. 지난해 2월 사장에 오른 한국전력기술 이배수 사장도 경고 대상에 포함됐다. 이 사장은 1983년 한전기술에 입사해 경영기획처장,기획마케팅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쳤다. 이번 평가로 이 사장 리더십이 상처를 받게됐다.
핵심 기술 유출 논란·꼼수 초과 수당
최근 한전기술은 핵심 기술인 냅스(원자력응용프로그램)의 수출 허가를 신청할 때 '교육 목적'이라고 축소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냅스는 한전기술이 20여년간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원자로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경고하는 첨단 프로그램이다.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기술은 작년 6월 냅스 프로그램을 미국 WSC에 수출하기 위해 제출한 신청서에 '교육 목적용 자료'라고밝혔다.하지만 한전기술은 핵심 기술인 냅스를 통째로 수출했고, 이를 위해 법적인 절차를 다 거쳤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경수로 핵심기술이 미국과 UAE로 대거 넘겼다는 의혹 제기에 국정원이 한전기술을 조사했다. 또 국정원은 응용프로그램인 냅스보다 훨씬 중요한 원전 설계도 자체가 넘어갔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한전기술은 지난해 가나 및 코트디부아르 설계·조달·시공(EPC)사업에 파견된 직원들의 초과근무 증명자료도 작성하지 않은 채 직원 88명의 초과근무수당으로 33억원을 지급한 꼼수가 드러났다. 특히 정부의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어기지 않기 위해 수당 일부를 체재비 항목으로 바꿔 편법 지급하기도 해 논란이 일었다.
한편 지난해 연말에는 일자리 늘리기 꼼수 지적이 제기됐다. 한전기술은 지난해 12월, 이틀 일정의 ‘직장 체험형 단기인턴’을 1회당 65명씩, 모두 130명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 청년들로부터 ‘일자리 늘리기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틀짜리 초단기 인턴'이라는 논란이 일자 관련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