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혼자 여행을 떠나는 '혼행' 문화가 퍼지고 있다. 방송사 프로그램에도 '싱글와이프'나 '나혼자 간다 女행' 처럼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이 등장하는가 하면, 인기 연예인 김숙은 한 여행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혼행' 콘셉트의 여행에서 자기 자신과의 '셀프 웨딩'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 여성 혼행족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여성 '혼행'은 올해의 트렌드 중 하나로도 해석된다. 책 '2019 트렌드 코리아'(미래의창)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보다는 정체성을 중시하는 특징을 '나나랜드'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여행은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다리이자 여성들에게 주는 격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여행을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여성 출국자가 남성 출국자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해외 여행을 떠난 한국인 여성은 총 1245만 1000명(47%)으로 1238만 6000명(46.7%)으로 집계된 남성 해외 여행자보다 6만 5000명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2017년은 한국인 해외 여행자 성비가 처음으로 역전된 시점이다.
여성이 혼자 떠나는 여행은 국내에만 갇혀 있는 트렌드가 아니다. 글로벌 검색 포털 구글에서 여성혼행을 뜻하는 'solo female travel' 키워드 검색량은 최근 5년 간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인스타그램에서 확인되는 '#여자혼자여행' 태그는 2019년 7월 4일 기준으로 3만 9000여 건, '#solofemaletraveler' '#solofemailtravel' 태그는 27만 건에 달할 정도다. 숙소예약앱인 호스텔월드에 따르면, 여성 혼행족은 크게 늘어 이들의 숙소 예약건수가 2015년 이후 88% 증가했다고 밝혔다.
혼행 노하우 공개는 일종의 '연대'
하지만 여성이 혼자 떠나는 여행은 여성들에게 동경과 함께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혼행 선배'들은 꼼꼼한 후기로 '후배'들을 챙긴다. 이정민 씨는 본인의 첫 여행이 막막했던 만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보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그는 "많은 여성들이 안전하게 혼행하는 법을 궁금해 하는데, 여행지에선 준비가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밤에 이동할 때는 경로가 추적될 수 있는 우버를 이용한다거나 주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호신용품을 챙기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다"고 밝혔다.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송송이 씨(26세)는 "혼자 여행할 때 에어비앤비를 자주 이용하곤 하는데, 여성 호스트와 함께 집을 공유하는 옵션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낯선 여행지에서 혼자 머무르는 것보다 덜 무섭고, 마음이 잘 맞으면 함께 야경을 보러 가거나 혼자 가기 어려운 곳을 동행할 수 있어 좋다"며 "자기소개가 성실한 호스트, 집 사진에서 자기만의 취향이 확고하게 드러나는 호스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 호스트를 만나는 나만의 팁" 이라고 덧붙였다.
송 씨는 "'혼행 선배'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은 일종의 연대 의식"이라며 "여성들의 '혼행'이 트렌드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여전히 동경과 두려움 사이에서 떠나기를 고민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같은 고민을 해보았던 여성으로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