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두 손에 꼭 쥐고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정각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유튜브 시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청자들을 기다리게 만든 장본인은 JTBC 산하의 디지털 채널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서 운영되던 '워크맨'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세상 모든 JOB것을 리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1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느낀 점과 그 직종에 있는 사람들, 직원, 실제 손님들을 상대로 진솔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아르바이트 후 리뷰를 한다는 단순한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워크맨은 단독채널로 운영해 달라는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의견에 지난 2019년 7월 단독 채널을 오픈하더니 35일 만에 100만 구독자를, 9월 5일 현시점에는 200만 구독자를 넘어선 213만 구독자를 기록했다.
일주일에 한 편씩 규칙적으로 업데이트되지만 시청자들의 사랑은 따라갈 수가 없다. 가장 최근에 업로드된 '항공사 직업' 편은 업로드 3일 만에 500만 뷰를 넘어 그 기세를 더하고 있다. 국내 최단 시간 100만 구독자를 기록한 백종원조차도 넘지 못한 기록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대체 무엇일까?
B급 감성
워크맨의 1등 공신은 단연 워크맨을 이끌어가고 있느 장성규일 것이다. 전 JTBC의 아니운서였던 장성규는 지난 2019년 4월 JTBC에서 퇴사 후 프리랜서 선언을 했다.
이후 선을 넘는 개그로 장성규는 지칠 줄 모르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프리랜서 선언을 하기 전부터 '아는 형님' 등의 프로그램에 종종 출연해 입담을 펼치긴 했지만 존재는 미미했다. 말 잘하고 웃긴 진행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시청자들 또한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장성규는 완벽한 예능인이 됐다. 앞서 프리 선언을 했던 아나운서 선배인 김성주나 전현무와는 완벽하게 다른 행보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는 확실히 진행자라기보다는 예능인에 더 가깝다. 심지어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며 예능에서 꼭 필요한 인물로 자리잡았다.
사실 장성규는 2011년 MBC 아나운서 공개 채용 프로그램 '신입사원'에 출연한 바 있다. 입담과 유머러스함까지 갖춘 그가 신입사원 채용에 떨어진 이유는 '나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탈락 사유는 곧 그의 강점이 됐다.
세상의 모든 일거리를 리뷰한다는 워크맨의 취지 또한 장성규와 썩 잘 어울린다. 삼수 끝에 서울시립대 경제학가에 들어가 노량진 독서실 총무 아르바이트를 하며 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이던 그가 아나운서의 자리까지 꿰찬 것처럼 장성규는 어떤 일이든 본인의 몫을 톡톡히 해내며, 사람들과 곧잘 어울리기도 한다.
상암동에서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할 때 JTBC 아나운서 시절 동료들이 지나가자 "안녕하세요 JTBC의 아들입니다"라며 친근하게 말을 붙이더니 이내 'MBC의 아들', 'YTN의 아들' 등 각 언론사의 아들을 자처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차갑기로 무서운 직장 사수에게는 얼음 공주인 '엘사'라는 별명과 걸맞게 "렛잇고(Let It Go)를 불러 달라"며 실없는 농담도 계속한다. 야구장의 맥주보이로 나설 때는 각 팀이 최고라며 홍보를 하더니 이내 맥주를 따르다 넘치자 직접 마시거나, 거품만 나온 맥주는 가격을 달리 하여 팔아버리기까지 한다. 맡은 일을 곧잘 해내며 위트까지 있는 그이기에 해당 콘셉트가 더욱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워크맨의 관전포인트는 '드립력'과 'B급 감성'에 있다.
'유동적'이라는 말에는 '유동골뱅이'라는 드립을, 대화 중 '나이키'라는 단어가 나오자 '나이'와 '키'를 묻고, 무슨 피자가 가장 맛있냐는 손님의 질문에는 "피자가 제일 맛있다"는 등 말 한 마디에 드립을 놓치지 않는 장성규는 요즘 세대들의 감성을 정확히 저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찌 보면 근본도 없고, 연관성 또한 없는 가벼운 말장난이 유튜브의 주요 고객들인 1020 세대에게 재미있게 다가가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밑도 끝도 없는 예측 불허의 말장난은 자칫 위태로운 상황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선을 넘을 듯 말듯 넘지 않는 것 또한 그의 매력이다. 이러한 진행 특성에 '선넘규(선을 넘는 장성규)'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8월 24일 방영된 MBC의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에는 장성규가 워크맨 촬영을 위해 놀이공원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 날 장성규는 시민들을 상대로 밑도 끝도 없는 드립을 날리기도 했지만, 이내 그를 향한 미담이 쏟아졌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이니 만큼 장성규는 촬영이 끝난 후 일일이 찾아가 사과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정적이고 반듯한 줄로만 알았던 기존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뒤로 하고 B급 감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장성규는 새로운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의 탄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작진과의 '꿀 케미' & 웹 예능의 이점
워크맨의 확실한 캐릭터는 장성규가 만들어 낸 것이지만, 제작진과의 호흡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장성규의 엉뚱한 매력과 밑도 끝도 없는 말장난은 PD와의 '케미'로 더욱 빛을 발한다. 헛소리를 하면 가차없이 편집하거나, 말을 자르는 것도 거침없으며, 콧구멍이나 크게 벌린 입으로 'ㅇ'을 대신하는 등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편집 기법 또한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된 것이다.
워크맨의 PD는 과거 SBS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고동완 FD로, 각종 분장을 한 채 미션을 전달하는 역할을 자주 맡았다. 프리랜서 PD인 고동완 씨는 지난해 7월 김주형 PD 등과 함께 유튜브 웹 예능 프로그램 '뇌피셜'을 첫 프로그램으로 연출힌 바 있다.
뇌피셜의 성공적인 흥행을 시작으로 고PD에게도 탄력이 생긴 듯하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지닌 장성규를 캐스팅하고, 시청자들이 가장 관심있어 할 '아르바이트'를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그는 새로운 웹 예능 워크맨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웹 예능 특성상 TV 프로그램보다 규제가 덜해 장성규와 PD의 거침없는 입담과 편집실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는 추측이다.
웹 예능의 이점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웹 예능이란 '웹(Web)'과 '예능'의 합성어로, TV로 즐기는 일반적이 예능이 아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말한다.
인터넷 동영상의 시청 특성상 웹 예능은 보통 5분~15분 사이의 짧은 재생 시간을 가진 것이 특징이며,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특히 유튜브 방송의 경우 일회성 소비가 심한 매체이지만, 영상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재미있는 영상의 경우에는 다회성 시청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에게 있어 워크맨은 다회성 시청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며, 이 덕분에 구독자수보다 뷰수가 월등히 높게 집계되는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나 직장의 특성상 쉽게 자신의 심정을 터놓지 못하지만 장성규는 당당하게 선을 넘고 해당 직업의 장점과 단점을 속 시원히 털어놓는다. 직장 상사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말장난을 하고, 여성스러운 헤어 스타일을 하고 싶다는 상사에게 양갈레 머리를 선사하는 등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해낼 수 없는 일을 유튜브를 통해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러한 장성규의 행동은 같은 직종의 시청자에게는 답답함을 해소시키며, 다른 직종의 시청자이더라도 통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한편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아르바이트생 1106명을 대상으로 갑질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1.0%는 갑질 피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지만, 이들 중 57.2%는 갑질에 대해 대응 별다른 대응 없이 그냥 참는다고 답했다. 참고 사는 아르바이트생과 직장인들에게 워크맨의 콘셉트와 선을 넘는 장성규의 통쾌한 발언은 즐거움을 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진=유튜브 '워크맨' 채널에서 캡처)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