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인트 아이스크림 1위, 죽기 전에 꼭 먹어 봐야 할 아이스크림이라고 알려져 있던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입점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은 들리는 소문만으로 해당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우기도 했다.
알록달록한 디자인과 쫀득한 식감,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맛으로 이미 미국과 유럽 등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또한 1만 2000불을 들고 시작한 브랜드는 어느덧 일본과 터키, 호주 등 전세계 여러 나라에 매장을 둔 큰 회사가 됐다.
소문만 무성했던 미국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Ben&Jerry’s)'가 드디어 공식적으로 한국에 첫발을 내딛었다. 전 세계 중 41번째, 아시아에서는 5번째로 상륙한 것이다.
애초에 국내 공식 진출 시기를 10월로 정했던 벤앤제리스는 일부 GS25 편의점에서만 지난 9월 1일부터 제품을 미리 선보였다. 하지만 완판 행렬과 소비자들의 판매 확대 요구가 이어지자 시기를 앞당겼다.
특히 최근 들어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연남동에서는 벤앤제리스의 아이스크림을 미리 맛보고 이들의 컨셉 또한 미리 맛볼 수 있는 특별한 행사까지 이루어지고 있디. 서울 마포구 소재의 연남동에 있는 팝업스토어 '벤앤제리스 하우스', 과연 가 볼 만할까? 데일리팝이 직접 소비자의 입장으로 찾아가 봤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주변을 느긋하게 구경하며 걷다 보면 사람이 줄이어 늘어선 곳이 보인다. 알록달록한 무지개와 소품 등으로 외관을 장식한 그곳, 벤앤제리스 하우스다.
늦은 시간 찾아간 벤앤제리스의 팝업스토어는 해가 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나 많았다. 차가 지나다니는 곳에 대기줄을 세우는 만큼 직원들이 수시로 확인하는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커플과 친구들이 둘셋씩 짝을 지어 대기줄에 선 탓인지 유독 활기찬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그 분위기를 10분 가량 즐기며 서 있자, 기자의 차례가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팝업스토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내부는 브랜드 특유의 이미지와 잘 섞여 있는 듯했다. 발을 들인 팝업스토어의 내부에는 벤앤제리스의 오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입장 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나와 어울리는 아이스크림을 진단 받는 일이었다. 특별한 기념일에 무엇을 먹을 것인지, 침대에서 먹기에 이상적인 음식은 무엇인지, 파티에 갔을 때 나의 유형은 어떤지 등 일종의 심리테스트를 진행하면 나와 어울리는 아이스크림을 찾을 수 있다. ▲바닐라 ▲청키몽키 ▲초콜릿칩쿠키도우 ▲초콜릿퍼지브라우니 등 인기 있는 네 가지의 메뉴 중 한 가지를 랜덤으로 부여받게 된다.
테스트 전 작성했던 이름과 나와 어울리는 아이스크림 종류가 적힌 티켓이 발급됨과 동시에 윗층으로 올라가 아이스크림을 교환할 수 있다. 기자의 경우 시식해 보고 싶었던 메뉴가 있었지만 랜덤으로 지정되는 아이스크림 종류를 교환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게도 느껴졌다.
기자가 받은 아이스크림 종류는 '청키몽키', 하지만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드디어 받아 본 아이스크림의 맛은 생각보다 특별한 수준은 아니었다. 바나나의 향과 함께 아삭한 초콜릿 집, 호두 알갱이가 커다랗게 들어가 있어 씹는 맛을 더했다. 달고 자극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계속 먹다 보니 향긋한 맛이 매력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드높은 명성에 기대했던 탓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맛이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본래 먹어 보고 싶었던 '초콜릿칩쿠키도우'의 맛이 더욱 궁금해지기도 했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벤앤제리스 하우스에는 각 아이스크림에 맞는 컨셉존 또한 꾸려져 있었다. 퍼지 브라우니의 방에는 꾸덕한 브라우니 모형이, 체리 가르시아의 방에는 귀여운 체리와 초콜릿 칩으로 이루어져 있는 식이었다.
다양하고 신선한 맛을 다루는 브랜드이니 만큼 각 맛들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는 꽤나 볼 만했으며, 사진을 찍기에도 훌륭한 공간으로 꾸려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벤앤제리스 하우스 곳곳에서는 브랜드의 소개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만든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재료를 쓰는지에 대한 정보와 벤앤제리스가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들을 알려 주곤 했다.
이들은 버몬트주에서 성장촉진호르몬(rBGH) 없이 자란 젖소에서 짜낸 우유로 아이스크림을 만들며, 합성향료와 인공색소는 일체 쓰지 않는다. 재료와 맛에 대한 이들의 자신감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듯했다.
또한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브랜드이니 만큼 아이스크림을 먹은 통은 깨끗이 씻어 화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보호 주제로 한 '벤앤제리스 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이 담겼던 통을 화분으로 재활요해 모종으로 심어 가져갈 수 있으며, 대엽풍란과 상추, 루꼴라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담을 수 있다.
하지만 벤앤제리스 팜 프로그램은 하루에 100개 한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오픈 시간에 맞춘 이들에 한해서만 진행할 수 있을 듯했다. 늦은 시간에 매장을 찾았던 기자의 경우에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벤앤제리스 하우스와 관련한 해시태그를 달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면 자신이 찍은 사진을 벤앤제리스만의 특별한 프레임에 담아 프린트 할 수 있으며, 에코백까지 받을 수 있다. 사진 인화의 경우에는 수량 제한이 없지만, 에코백 역시 하루에 정해진 수량이 있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바야흐로 가치소비의 시대가 다가왔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에는 구매를 결정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제품력 만큼이나 기업의 가치 활동 및 윤리성에 두기도 한다.
이때 벤앤제리스는 가치소비에 중시하는 브랜드는 물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실제로 2019년 9월 27일, 광화문에서 열린 정부 측의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기후 위기 비상행동(Global Climate Strike)'에 참여하며 일찌감치 소신 있는 행보를 선보인 것은 물론 이날 벤앤제리스 하우스 역시 2시간 가량 영업을 중단했다. 이들은 하우스의 문을 닫고, 기후 위기 비상행동 캠페인에 동참했다.
또한 이들은 국제 공정 무역기구와 제휴하고, 커피·바닐라·코코아·설탕·바나나의 5가지 주요 재료를 공정 무역 제품으로만 수급한다. 뿐만 아니라, 성장 촉진 호르몬을 투여하지 않는 젖소의 우유와 자유 방목으로 기른 닭의 계란만을 고집하는 등 동물 복지에도 앞장선다. 이밖에 국제 사회의 난민 문제와 성 소수자 인권, 인종차별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이처럼 직접 찾은 벤앤제리스 하우스는 볼거리가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들의 브랜드 가치와 더불어 소신을 함께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작은 컵 하나에 4000원 상당의 값을 지불해야 하는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을 시식해 볼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매장에서 직접 아이스크림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한편 벤앤제리스 하우스는 서울시 마포구 소재의 '연남방앗간'에서 10월16일까지 운영되며 평일은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의 경우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