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은 로드숍 브랜드부터 백화점, 면세점에 입점한 프레스티지 뷰티 브랜드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주무르고 있는 상권이다. 국내 소비자는 물론 막강한 소비력의 외국인 관광객까지 더해지며 K-뷰티를 선보일 수 있는 최전방인 것이다.
최근 명동에는 두 '뷰티 공룡'이 자리를 잡아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뷰티 편집숍 세포라가 지난 2019년 12월 3일, K-뷰티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명동에 2호점을 선보였다. 새로운 뷰티 공룡으로 떠오른 국내 뷰티 편집숍 '시코르'가 자리잡은 곳이다. 이에 이들의 뷰티 편집숍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 전망된다.
뷰티 편집숍의 원조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세포라는 1970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세계 1위 뷰티 편집숍 브랜드로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세계 34개국에서 26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에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2005년 중국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진출해 36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중 10번째로 시도되는 국가이다.
세포라 코리아는 국내 '코덕(코스메틱 덕후)'들의 오랜 염원 끝에 지난 2019년 10월, 서울 삼성동 소재에 1호점을 오픈했다. 지난 3일 출시한 명동점은 오전부터 국내 고객들과 외국인 관광객 고들이 모이며 장사진을 이뤘으며, 수백 명에 이르는 대기 행렬이 유동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더 많은 고객들을 불러모았다.
세포라 코리아는 세 번째 장소인 신촌을 이어 잠실 등을 무대로 삼으며 2020년에만 총 7개 매장을 선보이며, 2022년에는 매장을 14개까지 늘릴 전망이다.
반면 시코르는 신세계백화점이 출시한 뷰티 스페셜티 스토어이다. 지난 2016년 12월, 신세계백화점에 대구 1호점을 오픈한 시코르는 오픈 3개월 만에 매출 목표 대비 150%의 실적을 달성한 바 있으며, 2018년에는 총 20개점을 오픈하며 매출 목표의 160%를 초과 달성했다.
신선한 아이템을 찾아 헤매던 코덕들은 세포라가 서울에 상륙하자 500여 미터에 이르는 대기 행렬을 만들었고, 색다른 뷰티 제품을 구매하고자 시코르의 문 앞에 섰다.
이렇듯 오픈만으로도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을 이끌 수 있었던 브랜드이기에 이들의 전쟁은 더욱 주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지니고 있는 강력한 한 방은 무엇일까.
두 브랜드는 모두 '체험형'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올리브영과 랄라블라 등 국내 H&B 스토어가 단순히 '테스터' 차원의 제품들을 지원한 반면, 세포라와 시코르는 실제 화장을 받거나 화장대에서 화장을 하는 등의 체험형 뷰티 왕국을 재현한 것이다.
세포라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체험해 볼 수 있는 화장품 편집숍인 만큼 전 매장을 '체험형 화장품 편집숍'으로 꾸몄다.
모든 방문 고객에게 15분간 무료로 피부 표현을 테스트 해 주거나, 아이 및 립메이크업 등 7가지 메이크 오버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스킨크레더블(피부상태측정서비스) ▲헤어스타일링을 제공하는 '다이슨 헤어 스타일링 바' 등을 운영한다.
입점 브랜드에 대한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거친 전문가 '뷰티 어드바이저'를 운영하는 것도 이들만의 강점이다. 실제로 이들은 국내 1호점 오픈 전 한국인과 외국인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진 뷰티 어드바이저 100여 명을 채용한 바 있다.
시코르 또한 다양한 브랜드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꾸며 젊은 세대들의 '놀이 공간' 중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총 140여 개의 국내외 인기 브랜드를 한 자리에 모아 둔 시코르는 2030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로드숍 브랜드는 물론 백화점 브랜드까지 입점시켜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백화점식의 응대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이들 또한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제품들을 구경하고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분위기 조성한 것이다.
또한 온라인에서만 판매되고 있어 실제로 사용해 볼 수 없었던 브랜드는 물론 평소 궁금했던 해외 브랜드나 백화점에 입점돼 있던 고가의 브랜드까지 널리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다양화를 두어 기존 H&B 스토어 시장을 꽉 잡고 있던 브랜드와 차별화를 뒀다.
더불어 스튜디오를 방불케하는 화장대에서는 매장 내 제품들로 간단한 수정화장이나 메이크업을 마칠 수 있으며, 단순히 발라보는 것뿐만 아니라 깔끔하고 위생적인 테스터를 제공하기 위해 일회용 퍼프나 립 브러쉬 등을 제공하는 것 또한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라 보인다.
반면 두 업체는 입점 브랜드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세포라의 경우 대부분의 취급 제품을 해외 브랜드로 정했다. 타르트(tarte), 후다 뷰티(Huda Beauty), 아나스타샤 베버리힐즈(Anastasia Beverly Hills) 등 40여 개에 이르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만큼 해외 직구를 외치던 국내 코덕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더불어 명과 탬버린즈, 어뮤즈 등 오프라인에서 찾아볼 수 없던 국내 브랜드를 독점 판매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이뿐만 아니라 세포라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며 가성비 좋은 제품들을 줄줄이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시코르의 경우는 입생로랑과 나스, 맥, 베네피트 등 백화점에서만 찾아볼 수 있던 해외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그러면서도 디어달리아와 헉슬리 등 전체 입점 제품의 50% 달할 정도로 국내 화장품 브랜드 또한 놓치지 않았다.
럭셔리 브랜드뿐만 아니라 가성비가 좋은 중소기업의 제품들을 매장에 대거 입점시키며 보는 재미와 사는 재미를 모두 더했다.
큼지막한 편집숍들의 등장에 국내 로드샵 브랜드와 국내 H&B 업계 또한 각자의 길을 찾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의 첫 오프라인 매장이었던 이화여대에 '눙크 1호점'을 개점했다. 에이블씨엔씨의 눙크는 ▲미샤 ▲어퓨 ▲부르조아 ▲스틸라 등 에이블씨엔씨 브랜드 외에도 ▲시세이도 ▲하다라보 ▲캔메이크 ▲지베르니 등 150여 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샵이다.
눙크는 에이블씨엔씨의 브랜드 외에도 다양한 화장품과 헬스, 뷰티 제품까지 판매하며 H&B 점포로 변화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화장용 도구 전문 PB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필리밀리'는 지난 2018년 11월 리뉴얼 이후 판매에 호조를 보이고 있다. 대표 제품 'V컷 파운데이션 브러시'는 론칭 1개월 만에 1만개 판매를 돌파할 만큼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