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을 위한 교통수단에 불과했던 지하철이 갖가지의 색을 입고 있다. 지하철 내부에서 작은 텃밭을 가꾸는가 하면, 전시회나 5G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는 색다른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지하철역이 많다. 특히 유럽의 지하철역은 미술관을 방불케하는 곳도 있다고 전해진다.
모스크바의 Komsomolskaya은 바로크양식의 장식과 역사적인 모자이크, 샹들리에가 달린 천장으로 꾸며져 있어 투어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라 하니, 그 위엄은 알 만하다.
아시아권의 나라 중 대만의 Formosa Boulevard역은 천장에 있는 글라스 공예 작품 덕분에 세계에서 아름다운 지하철역들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이다. 절반은 지하철역이고, 절반은 만화경인 듯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 공예 작품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그냥 지나쳤던 지하철역이 타국에서는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며, 특이한 관광명소가 되어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그 변화가 미미한 편이지만 차차 다양한 도전이 접목되고 있다. 국내 지하철들의 변신을 알아보자.
지하철 역사에서 채소를 기른다?
미래형 스마트농업을 맛볼 수 있는 '메트로팜'
지하철 역사 내 작고 똑똑한 텃밭이 꾸려지고 있다. 지하철 역사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채소를 재배하는 '메트로팜'이 그 주인공이다.
빛과 온도, 습도, 양액 조성, 대기가스 농도 등의 재배환경조건을 첨단 ICT 기술을 활용해 인공 제어하는 이 시스템은 24시간 종일 채소의 생산과 재배가 이루어진다.
특히 이 공간은 스마트 농업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특이점을 갖는다. 실제로 일정 시간 동안 무료로 운영하며 시민들이 스마트 농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상도역, 답십리역, 천왕역, 을지로3가역, 충정로역 등
개방 시간: 오전 8시~오후 8시
충무로역의 작은 극장, 오!재미동
한국 영화를 상징하는 충무로역에는 그에 맞는 공간이 차려졌다. 서울영상위원회가 운영하는 충무로 영상센터 '오!재미동'은 극장과 아카이브, 갤러리, 편집, 장비 대여 등의 재미를 다섯 가지 이상 찾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총 28석의 소규모 영화관도 운영 중인 오!재미동은 아늑한 분위기와 독립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도 더러 있다.
모두에게 개방돼 있는 아카이브에서는 다양한 책과 DVD를 보며 쉬어가기에도 좋다. 영상이나 영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장비 대여는 물론, 편집실도 이용할 수 있으니 한 번쯤 들러 보는 것도 좋겠다.
운영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일요일, 공휴일 휴무
녹사평역, 볼거리 가득한 지하예술정원이 되다
녹사평역은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의 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하예술정원을 조성했다.
본래 '푸른 풀이 무성한 들판'이라는 뜻의 녹사평역은 이름과 같이 드넓은 공간을 갖고 있었지만, 회색빛으로 텅 비어 보이기만 했다.
하지만 최근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적인 공공미술 작품은 물론 시민이 참여한 예술 프로그램, 식물 정원 등으로 꾸려지며 미술관을 방불케하는 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각종 작품과 웅장하기까지 한 공간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이다.
공덕역, 5G 입은 신개념 전시회
최근에는 5G 기술까지 도입하고 있다.
공덕역에 설치된 'U+5G 갤러리'는 LG유플러스와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일상 속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게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5G 기술을 이용해 눈 앞에서 증강현실로 생생하게 움직이는 작품을 볼 수 있는 신개념 갤러리를 표방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덕분에 누구나 마음 편히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지난 9월부터 88개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이 공간은 이달부터 '동서양의 일상이 만나다'를 주제로 한 시리즈 명화 작품 4점과 그래피티 작품 1점, 인기 크리에이터 '펭수'의 360도 가상현실(AR) 작품 2점 등 7점이 새로 추가됐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