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 해 출판계에서 가장 활약했던 것은 단연 '유튜브'였다. 책을 소개하는 유튜버들로 인해 출간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책이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르거나, 혹은 동영상 제작 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유튜버가 발간한 책이 많은 사랑을 받는 등 2019년 한 해 출판계와 서점가에서 유튜브의 활약은 가히 대단했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교보문고와 예스24, 인터파크 등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발표한 출판계 흐름의 키워드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것은 '유튜버셀러(유튜버+베스트셀러)'였다.
인기 유튜버들이 소개한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신간은 물론 출간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책까지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그들의 영향력은 강력하게 나타났다.
본래 인기 작가의 신간이나, 유명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처럼 출간 전부터 임소문을 타는 경우라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에 자리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유튜버의 추천 영상으로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
책 소개 전문 유튜버(이하 '북튜버')가 해당 책을 추천한 후 판매량이 오른 책들을 살펴본 결과, 소개된 지 일주일 만에 최소 3배에서 최대 50배 이상으로 그 판매량은 급증했다.
일례로 10억 연봉 유튜버로 유명한 '라이프해커 자청'이 업로드한 '인생을 바꾼 심리학 책' 5권을 추천한 영상에 소개된 콘텐츠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추천했던 책 5권 중 시판 중인 ▲클루지 ▲정리하는 뇌 ▲욕망의 진화 등 3권은 모두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기도 했다. 특히 클루지의 경우 절판된 지 10년 이상 된 책을 다시 재출간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영상 공개 이후 중고 거래가가 10여 만 원을 훌쩍 뛰어넘기도 했던 이 책은 고객의 문의 쇄도로 출판사에서 재출간 된 이후 전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자신이 즐겨 보는 유튜버가 '인생 책'이라 소개하는 행위는 그들에게 신뢰가 높던 구독자들에게도 관심을 이끌어냈으며, 자신이 선호하는 유튜버의 책 추천이 곧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인기에 최근에는 본격적인 '서머리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도 생겨나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콘텐츠를 요약 및 정리하고, 재가공한 영상을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북 리뷰와 흥미로운 요약, 재치있는 입담을 가진 유튜버들의 서머리 콘텐츠는 책에 관심이 없는 이들의 관심까지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러한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뜻하는 말)'이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모바일 기기와 친숙하게 지냈으며, 이 때문에 활자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이다. 하지만 지식에 대한 열망이 큰 것은 물론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IBM기업가치연구소가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Z세대가 특정 콘텐츠에 집중하는 시간은 8초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은 높아졌지만 상대적으로 긴 콘텐츠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Z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결과, 앞으로의 유튜브 내 서머리 콘텐츠 시장은 Z세대가 이끌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튜버가 새로운 유망 직업으로 떠오르며 영상 콘텐츠 제작 관련 도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인터파크가 2019년 1월 1일~10월 13일까지 컴퓨터·인터넷 도서 카테고리의 1인 방송 관련 도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81.6%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는 1인 방송 관련 도서 4권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누구나 1인 방송을 시작할 수 있다는 낮은 진입 장벽 덕분에 영상 편집 등 관련 도서의 수요가 증가하며, 앞으로도 그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직접 책을 출간하는 유튜버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거 유튜버들이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소비자들과 공유하는 책을 출간했다면, 최근에는 유튜버 개개인의 일대기나 생각을 담은 책들이 출간되며 도서로 재탄생한 유튜브 콘텐츠들이 올 한 해 서점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구독자 수 15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흔한 남매'의 콘텐츠를 엮은 어린이 만화 '흔한 남매'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영풍문고 기준 올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실버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와 손녀 김유라가 출간한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인터파크 회원들이 직접 투표한 '2019년 최고의 책'으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순위는 최근 1년간의 판매량 집계와 전문 MD들의 선별과정을 거쳐 투표 후보로 1차 선정된 후 독자들의 최종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게임 스트리밍 전문 유튜버 선바의 '제 인생에 답이 없어요' 또한 높은 판매량과 인기를 이끌어냈으며, YES블로그의 2019년 최다 리뷰 도서 중 10대가 가장 많이 리뷰한 도서로 랭크되기도 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