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현아 전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 체제에 태클을 걸고 나섰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유훈과 달리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알리며 경영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3일 조 전 부사장은 법무법인 원을 통해 낸 입장자료에서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님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고 조양호 회장의 뜻에 따라 가족간의 화합과 공동 경영 방안에 성실히 협의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공동경영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 왔고 가족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 전 부사장은 3남매가 간 실질적인 합의나 논의없이 조 회장이 총수로 지정됐고, 자신의 경영 일선 복귀 문제도 어떠한 합의가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조 회장이 최소한의 사전 협의 없이 경영상 주요 결정들을 독단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조 전 부사장이 동생을 비판하는 입장자료를 낸 데는 현재 한진그룹 경영에서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는데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 전무는 조양호 회장 사후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조 회장 체제에서 1년 반 넘게 '무직' 상태로 남아있다.
재계와 금융시장은 조원태 회장이 지분율이 낮아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가족들의 협력이 없이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구조를 보면 조원태(6.52%), 조현아(6.49%), 조현민(6.47%) 삼남매가 비슷하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도 5% 넘는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강성부 펀드(15.98%), 반도건설 계열사(6.28%) 등 외부 주주들의 지분율도 높아 남매간 분쟁이 지속될 경우 내년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밖에 국민연금도 4.1%의 지분을 차지한다.
한진칼에서 조원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23일에 끝난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방을 가를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만약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될 경우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