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래식공연장·전시장들이 딱딱함을 벗고 문턱을 낮추며 관객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서고 있다. 공연 전후 로비에서 주류와 스낵을 즐기며 화기애애하게 네트워킹을 하기도 하고, 전시장에서는 내부에 포토존을 마련해 보다 편안하게 전시를 즐기게 한다.
세종문화회관은 순수예술 분야 최고 아티스트만 무대에 세우던 권위를 버리고 특색있고 파격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대중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말 인디 아티스트 3명이 펼치는 기획공연 '인디학개론'에서 제주맥주와 협업해 객석내 주류 반입을 허용하며 유연한 관람 문화를 꾀했다.
또 지난해 8월과 11월 '해리 포터 필름 콘서트' 시리즈에서는 팝콘과 콜라 반입을 시도했으며, 11월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음악을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편곡한 '게임콘서트 LoL Concert'에는 스마트폰 프리까지 허용했다. 올해도 작품 특성에 따라 극장 내에서 특색 있는 즐길 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예술의전당은 최근 주 출입구인 비타민스테이션에 7세 이하 영유아를 위한 예술문화 체험공간인 '1101 어린이라운지'를 열었다. 오감으로 감상하는 체험 전시, 창의 예술작품 만들기 등 다양한 예술 체험과 놀이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해 부모들이 공연을 볼 동안 아이들을 맡길 수 있다.
예술의전당이 올 상반기 음악당에 오픈하는 인춘홀은 장애인 등 문화소외층 연주자와 관객에게 예술의전당 무대를 제공할 목적으로 지어져 다양한 콘셉트의 '열린 음악회'를 수용할 예정이다.
정동극장도 대변신을 꾀하는 모양세다. 지난 20년간 메인 콘텐트였던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전통 상설공연을 과감하게 폐지한다. 대신 국악 뮤지컬, 대중음악 콘서트, 유명 배우를 앞세운 연극시리즈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동극장은 공공극장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 특정 장르·관객을 대상으로 한 극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축한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화를 밝혔다. 대중가수가 출연하는 '정동 발라드', 뮤지컬 배우 양준모와 함께 하는 양준모의 오페라 데이트, 야외무대에선 '정동 영화제'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요즘엔 대형 미술관이나 규모가 있는 전시에서도 사진을 찍을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고 있다. 전시회에 다녀오면 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일이 당연한 일이 되면서 전시회마다 전시물 배경이나 소품 등을 이용해 자융롭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시업계는 전시회를 기획할 때부터 SNS 효과를 고려한다. 전시를 보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SNS 이용자이기 때문에 미술관도 관람객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진 찍는 소리가 관람에 방해된다는 불만도 나오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전시의 문턱을 낮추는 등의 장점이 더 많다는 설명이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