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면서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다. 이에 따라 '기생충'의 투자배급사인 CJ ENM과 시상식 무대에 오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뿐 아니라 '짜파구리·필라이트' 등 제품과 '각본집·스토리북'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일(현지 시각)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4개 부문을 받으며 올해 아카데미 최다 수상을 기록하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기생충의 영광 뒤엔...'CJ의 치밀한 홍보 전략'
'기생충'이 작품상으로 호명되자 영화를 만든 주역들이 모두 무대에 나와 기쁨을 나눴다.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의 수상 소감에 이어 '기생충'의 책임 프로듀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무대에 올라 감사 인사와 수상 소감으로 주목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생충의 재정적인 후원자인 CJ ENM의 상당한 역할을 강조했다. WSJ는 CJ ENM이 한국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규모가 큰 재벌 기업으로 소개하며, 기생충의 수상에 대해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작품이 아님에도 오피니언 리더 시사회 등 CJ의 엄청난 규모의 아카데미 홍보 캠페인이 주요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 세계 8000여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아카데미 캠페인'은 작품에 대한 만족도와 함께 예산, 인력, 글로벌 영화계 네트워크,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요구되는 복합적인 글로벌 프로모션이다.
CJ ENM캠페인은 지난 8월 말 '기생충'이 국제장편영화상 후보로 확정면서 본격 전개됐다. 예산 수립 및 집행, 현지 프로모션 진행, 관객 및 오피니언 리더 대상 타깃 시사회 개최, 언론 홍보 및 광고 집행,기생충 북미배급사 네온(NEON)의 북미 프로모션 진행 등이 치밀하게 진행됐다.
영화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최하는 리셉션 참석과 할리우드 리포터, LA 타임즈 등 주요 외신 인터뷰, 아카데미 회원 대상 시사, 봉준호 감독이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 등과 봉준호 감독, 출연 배우들의 유기적 활동도 언론의 주목도를 높였다.
이처럼 '기생충'의 영광 뒤엔 CJ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아낌없는 지원이 뒤따랐다. 이재현 회장은 좋은 문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으며, 이미경 CJ 부회장은 글로벌 문화산업 전문가들과의 폭넓은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생충의 글로벌 성공을 도왔다.
기생충에 '땡큐 외치는 기업들'...짜파구리, 필라이트 등
기생충에 등장해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식품은 '짜파구리'다.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섞어 끓인 음식으로 영화에서 연교(조여정 분)가 한우 채끝살을 넣어 먹는 장면으로 해외 관객에게 관심을 끌었다. 해외에서는 '람동'(ramdong 라면+우동)으로 번역됐다.
농심은 공식 PPL(간접광고)도 안했는데 전 세계 스크린을 통해 관심을 받으면서 영화 '기생충'이 고마울 따름이다. 기생충 개봉 후 너구리·짜파게티 매출이 증가했다. 이번 아카데미 4관왕으로 이들 두 제품에 대한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농심은 기대한다.
특히, 짜파구리에 대한 관심은 영화가 상영되는 해외에서 커지고 있다. 미국 해외 요리사이트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기생충식 짜파구리 만드는 방법이 잇따라 올라왔다. 유튜브 채널 망치(Maangchi)도 짜파구리(·람동) 조리법을 소개했다. 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10일 짜파구리를 먹으면서 '기생충'의 수상 축하를 알렸다.
이 같은 관심에 농심은 유튜브 채널에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영화에 나온 짜파구리를 누구나 손쉽게 조리해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로 짜파구리 조리법을 안내하고 있다. 짜파구리는 지난 2009년, 농심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자신의 이색 레시피로 소개하며 화제가 됐다.
또 영화에는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맥주와 참이슬도 나온다. 하이트진로도 따로 PPL 협찬은 하지 않았다고 제품을 쓰고 싶다는 문의에 제품만 제공했다.
스크린에서 기택 가족 구성원 모두가 취업에 성공한 날 이들은 삿포로 맥주를 마시며 기쁨을 나눔다. 하지만 어머니 충숙만 필라이트를 마신다. 기우(최우식 분)가 민혁(박서준 분)과 편의점에서 술을 마실 때는 하이트진로의 소주 참이슬 후레쉬도 등장한다. 이밖에 기우와 기정 남매가 부모님과 외식을 한 한식 식당에서는 서울우유의 요구르트(65ml)도 등장한다.
기생충 각본집·스토리보드북도 '매출 껑충'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광왕 열풍이 서점가에도 불었다. 봉준호 감독이 직접 쓰고 그린 각본집과 스토리보드북의판매량이 수상 전날(9일) 대비 20배 이상 올랐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각본집&스토리보드북' 세트는 11일 베스트셀러 차트 10위에 올랐다.
수상 당일에는 하루만에 1110부가 판매됐다. 수상 전인 9일 판매량과 비교하면 약 26배(2543%) 늘어난 수치다. 10일 기준 도서구매 연령대를 보면 40대 39.8%, 30대 29.2%, 50대 16.1%, 20대 11.5%, 60대 3.2% 순이었다. 남성(44.5%)보다 여성(55.5%)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는 아카데미 수상 직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후 6시간 동안 350권 가량이 판매되며 전주 평균 판매량(15권)보다 23.3배 많이 팔렸다. 구매자는 전체의 61.5%가 여성이었고 특히 30대 여성이 많았다.
또 예스24 VOD 다운로드 서비스에서는 '기생충'이 인기 다운로드 한국영화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영화 예매 페이지에서는 예매율이 전날보다 4.3% 급증했다.
이밖에도 '기생충' 촬영지도 관광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 소재 기생충 촬영지 탐방코스를 4곳을 소개했다. 마포구의 '돼지쌀슈퍼'와 기택의 집 주변 계단, 종로구에 위치한 '자하문 터널 계단', 동작구 피자집 '스카이피자' 등이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