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한 집 또 없어" , "아까도 보고 갔어" 집 보러 다니면서 수도 없이 듣게 되는 말들.
법적으로 가계약이라는 말은 없지만 일종의 '찜'하는 역할로 계약 금액의 10% 정도(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야기하기 나름)를 미리 지불하는 가계약을 많이 하고 있다.
당사자들끼리 합의해서 한 약속이라는 점이 계약에서 가장 중요하므로, 이 가계약도 엄연히 계약이고 구두계약이라도 효력이 있다.
그래서 가계약금을 걸어둔 상태에서 해당 계약을 취소하려고 하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패널티가 있을 것이다. 계약을 취소하려는 사람이 가계약금을 건 사람이라면 가계약금을 포기하고, 가계약금을 받은 사람이라면 두배로 돌려주는 것이 맞다.
다만 여기에서 살펴볼 것이 있다. 가계약금의 액수가 통상적으로 책정하는 계약금 전체의 10%보다 현저하게 못미치는 경우, 혹은 계약에서의 중요한 부분을 확정하지 않고 가계약금을 건 경우에는 가계약의 효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일단 무조건 가계약금부터 걸고 보게하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계약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어느 집의 어느 부분인지, 얼마에 계약할 것인지 등을 이야기한다. 이런 합의 없이 등살에 밀려 건 가계약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 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 계약은 성립하였다.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요약]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01.3.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요약]
가계약금을 걸면서 '실제로 계약이 성립하지 않을 시 가계약금은 돌려준다'는 약속을 한다면 분쟁의 소지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섣불리 가계약을 하지 않고, 여유와 중심을 가지고 신중하게 모두 알아보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괜찮은 집인지 꼼꼼히 살피고, 재정적으로 안전한 집인지 부동산 공부를 꼭 확인하고, 나의 상황과 맞는 집인지 꼼곰히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집 알아보는 과정에서 혹시나 겪을지도 모르는 독촉이나 성화에 쉽게 흔들리지 말고 '이보다 더 좋은 집은 반드시 나온다'는 생각으로 좋은 집을 구해보자.
(데일리팝=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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