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인기차트 밖, 인디 가수들은 어떤 노래를 하고 있을까?
잠시 눈을 돌려보면 더욱 취향을 저격하는 곡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인기차트에 수록된 곡들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차트 밖 음원들의 '나만 알고 있다'는 느낌 또한 저버릴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혹은 대중에게 아직 인지도가 없더라도 홍대의 클럽이나 라이브홀에서는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일지도 모른다.
한 번만 들어도 잊을 수 없는 이들의 목소리는 분명한 매력 포인트다. 잔잔함 속에서도 확실한 색이 있는 아티스트를 찾고 있다면 지금 바로 주목해야 할 때다.
특히 이들의 노래는 특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요즘,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일상생활 제약이 커졌다. 이에 코로나19와 '우울'을 상징하는 '블루'가 합쳐진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때 자신만의 색을 지닌 목소리로 리스너에게 위로를 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자신만의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각자만의 방식으로 위로를 선사하는 노래들을 선보인다.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는 인지도 속, 나만 아는 가수라며 지인들에게 신나게 떠들고 싶다면 기회는 지금뿐이다. 독특한 색을 지닌 뮤지션을 소개한다.
선우정아
최근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여유도 생겼다. 바쁜 일상 속 나 혼자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은 귀하다. 나 홀로의 시간 중 무언가를 도전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잠시 동안은 사색을 즐기며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스스로 자신의 노래가 낮보다는 밤에 더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선우정아의 목소리는 '나만의 시간'에 특히 잘 어울린다. 그의 노래에는 항상 '위로'라는 해시태그가 붙는다. 짙은 사색을 담은 가사와 멜로디, 목소리 등 어떠한 요소로든 리스너에게 아무리 들어도 닳지 않는 위로를 안겨 준다.
재즈와 R&B, 일렉트로니카, 어쿠스틱, 가요를 넘나들며 전하는 선우정아의 음악은 다채로운 매력으로 리스너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선우정아가 쌓아온 역량은 TV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뻔한 힘내라는 말 대신 "함께 도망갔다 돌아오자"라거나, 삶의 여정을 항해에 빗대어 표현하는 선우정아의 노래는 위로와 함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SURL
밴드 설(SURL)은 브리티시 록, 블루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녹여내는 4인조 밴드다.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온 이들은 1998년생 동갑내기로 구성돼 있다.
설이라는 이름은 '말씀 설(說)'이라는 한자를 썼다. 다른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취지를 담아, 이야기를 들려주는 밴드라는 뜻으로 지어진 것이다. 이름에 걸맞게 밴드 설은 자신들이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을 음악 속에 녹여낸다.
98년생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이들의 노래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은 상황을 다룬다. 하지만 괜찮지 않은 상황을 밝게 풀어낸다.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 괜찮은 척해야 하는 현실을 음악에 담아냈다.
고민을 나누는 친구 같은 음악이 되길 원한다는 그들의 노래는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꾸밈 없는 청춘과 지루하지 않은 코드로 풀어나가는 밴드 설의 노래는 복잡하지 않게, 누구나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고갱 GOGANG
광고음악은 대개 듣는 이들이 두루 선호할 수 있는 노래로 선정된다. 이러한 광고 노래에 두 번이나 채택된 가수가 있다. 가수 고갱이 그 주인공이다.
커피 브랜드 '카누'와 화장품 브랜드 '숨37°'의 광고 등의 뒤로 들리는 잔잔한 노래는 고갱의 음악이다. 무심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감정을 쏟아내는 그의 노래는 가히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노래에 따라 달라지는 그의 목소리는 또 다른 체크 포인트다. 진성과 가성을 넘나들며 리스너에게 떨림을 전하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하나의 악기를 다루는 듯하다.
한국의 인디 싱어송라이터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그에게는 반전 매력이 된다. 그의 뒤에는 '해외 아티스트'라는 말이 따라붙는 탓이다. 남다른 감성에 외국 팝인 줄 알았다는 의견 역시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감정을 담아내고 표현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사용했다는 고갱의 가사는 그리움과 후회, 아름답게 남기는 과정을 담아낸다. 공허한 새벽을 채우는 고갱의 목소리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밤 잠이 오지 않을 때, 잔잔한 노래를 찾게 될 경우 추천한다.
강 KANG
밴드 강의 노래는 인생의 무가치한 순간들에 대해 노래한다. 쓸모없는 것들에 자신을 이입하기도 하며, 사는 것에 대한 고단함을 노래하기도 한다.
나직하게 읊조리는 독백과 같은 목소리는 인생의 고단함을 담담하게 노래하는 그들과 어울린다. 이러한 감성을 지닌 노래에 독백과 같은 강의 보컬, 강상윤의 목소리가 더해져 진한 여운을 남긴다.
우리가 정해놓은 많은 생각들은 머지 않아 다른 생각들에 의해 잊혀진다. 언제나 성공의 단맛을 맛볼 수는 없다. 힘든 것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강의 노래는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과 동시에, 현실 자체를 받아들이려는 과정을 담아내 리스너들에게 위와 같은 감상과 위안을 선사한다.
다섯 DASUTT
밴드 다섯의 노래는 다른 의미의 청춘을 노래한다. 외로운 것들과 놓쳐버린 것들, 가벼운 관계에 지친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내 공감과 가벼운 위로를 전한다.
때로는 연인들의 권태기를 담아내기도 하고, 이별 후의 씁쓸한 마음과 직장에서 일하기 싫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자조적인 가사이지만 그들의 노래는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오히려 들을수록 색다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게끔 만든다.
자조적인 가사와 청량한 밴드 세션이 만나 지치지 않는 노래를 만들어낸다. 공허함이 느껴지는 가사와 반대로 흥겹게 풀어내는 멜로디가 그들의 매력 포인트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