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강수에 삼성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검찰의 영장 청구에 유감의 뜻을 표했다.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략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검찰은 수사의 핵심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역시 삼성바이오가 회계 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바꾼 의도적인 '분식회계'가 맞다고 봤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기소를 피하기 위한 사실상 '최후의 카드'로 기소 여부를 이부 전문가 판단을 받겠다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 절차가 진행으로 검찰의 압박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던 삼성은 참담한 분위기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와 별개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는 규정에 따라 예정대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 등은 결정된 사항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 부회장 변호인단 측은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돼왔고,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에서는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왔다"며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이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를 통해 사건 관계인의 억울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주고 위원들의 충분한 검토와 그 결정에 따라 처분하였더라면 국민들도 검찰의 결정을 더 신뢰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 등 어려운 현실에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과거 잘못과의 단절하는 '뉴삼성'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이후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 부회장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으며, 지난달 중순엔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또 평택에 약 18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계획도 발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검찰의 영장 청구가 무리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재계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도주의 우려가 전혀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검찰의 무리한 영장 강행을 지적했다.
(데일리팝=정단비, 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