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있다. 이에 삼성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거나 출처 자체가 의심스러운 추측성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러한 기사들로 인해 삼성과 임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피해가 적지 않다"고 호소했다.
7일 삼성은 '언론인 여러분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라는 입장을 통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삼성은 법원과 수사심의위원회 등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며 "다만 장기간에 걸친 검찰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되어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인해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역시 국제회계 기준에 맞체 처리됐다"고 강조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삼성 역시 예외가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온다
위기에 맞선 발빠른 대처 필요
실제 애플·MS 등 글로벌 유력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상현실(VR) 관련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공업체인 '넥스트VR'를 비롯해 4월 초 일주일 만에 3건의 스타트업 인수를 연달아 진행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달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 '메타스위치 네트워크'를 인수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영국의 화물 운송 스타트업체 '비컨'에 1천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삼성 역시 글로벌 기업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한다. 그 어떤 때 보다 오너의 결단이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 재개를 선언하면서 코로나19 사태, 미중 분쟁 등 변수로 불확실성이 치솟은 반도체 업계에 한일 갈등이라는 변수까지 안게 됐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이후 다각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대(對) 한국 수출규제 방침을 밝히면서 발 빠른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삼성에서도 이러한 대내외적 위기에 대한 기민한 대처를 해야하는 상황에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는 겉잡을 수 없는 위기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서도 이러한 이재용 부회장 공백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만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대신할 인물이 있을지 불확실하다"보도 했으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재용 부회장은 세계 최대 기업집단 중 하나인 삼성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이다. 이 부회장의 승인 없이는 주요 전략적인 결정과 대규모 인수합병 건은 진행될 수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도 "삼성이 불안정한 반도체 시황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는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피해를 줄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삼성에게 유용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카리스마 있는 리더(이 부회장)를 잃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지 니케이에서는 "지금 리더를 잃는 것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지금 회사는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회사의 구심점인 이 부회장의 부재시 삼성은 그 동안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한편 이 부회장 측이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해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한 지 이틀만에 갑작스럽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위기를 가속화하게 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검찰에서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도 있다.
통상적으로 구속영장 청구는 형사법상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러한 대내외적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에 2년 4개월만에 총수 재구속이라는 악재까지 더해 줄 것인지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