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채권단에 요청했다. 현산의 요구를 두고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과 인수 포기를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그 진위에 관심이 쏠린다.
9일 HDC 현산은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상황을 재점검하고 인수조건을 재협의하자"고 공식 요청했다. 이는 2주 전 채권단이 "오는 27일까지 인수 의사를 명확히 하라"는 요구에 대한 회신이다.
HDC 현산이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을 체결한 당시 인수가격은 2조5000억원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위기 상황에 놓이며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는 현재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에 현산은 인수가격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HDC 현산의 재검토 요청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2조8000억원이 추가로 인식되고, 1조7000억원의 추가 차입으로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1분기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대비 1만6126% 급증했으며, 자본총계도 같은 기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 잠식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또 현산은 아시아나항공과의 신뢰문제도 거론했다.아시아나항공이 4월 현산 컨소시엄에 긴급자금 1조7000억원 추가 차입 및 차입금의 영구전환사채 전환, 정관 변경, 임시주주총회 개최 계획 등을 통보했지만, 사전동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이를 승인하고 부실 계열사에 1400억원 지원을 통보한 것도 문제 삼았다.
현산은 이날 재협상 입장문에서 현재 상황을 담은 신뢰할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 확인, 코로나19 확산에도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다. 또 계약을 논의할 협상 파트너는 금호산업이 아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의 전환을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현산은 입장문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며 세간의 '인수 포기설' 추측을 일축했다. 하지만 재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인수 가격 등 당사자간의 입장 차이가 크면 매각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측이 다시 협상에 나서면 인수 마감시기는 6개월 연장해 이달 27일에서 오는 12월 27일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