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긴 터널 속에서 실속을 챙기며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가격대비 퀄러티가 높은 '리퍼브'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새 제품과 중고 제품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리퍼브 제품은 소비자가 단순 변심해 반품된 상품, 이월상품, 제조·유통 과정에서 미세한 흠집이 생긴 제품, 단기 전시용으로 사용했던 제품 등을 의미한다. 리퍼비시, 리퍼브 상품으로도 불리며 최근 유통가의 달라진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제품은 사용하지 않은 제품으로 중고와 구별된다. 가격은 정상가격 대비 40~70%까지 저렴하다. 조금만 신경 쓰면 저렴한 가격에 '득템'의 기쁨을 누릴 수 있고, 제품이 기능상 문제가 없으면 된다는 긍정적인 인식 변화에 리퍼브 시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온라인 쇼핑의 증가로 인한 제품 교환·환불이 빈번해지면서 리퍼브 제품의 종류가 더욱 다양해진 점도 리퍼브 시장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도 오프라인 리퍼브 매장을 잇따라 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5일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이천점에 리퍼브 상품 전문점 '올랜드' 매장을 열었다. 올랜드 매장은 350평 규모로, 가구와 가전 리퍼브 상품을 정상가 대비 30∼70%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
이곳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캐리어·필립스 등 가전제품과 한샘·삼익·핀란디아 등의 가구제품을 할인 판매한다. 모델하우스에 전시됐던 TV나 냉장고, 또 인터넷을 통해 반품된 식탁이나 소파 등을 재손질, 재포장해 대폭 할인한 각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증가 추세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롯데몰 광명점에 '리씽크', 롯데아웃렛 광교점에 '프라이스 홀릭'(가전·주방·유아·골프용품) 등 리퍼브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시장이 침체에 빠진 지난 2~3월에도 이들 매장은 한 달 평균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아울렛은 실속있는 쇼핑을 원하는 아울렛 쇼핑 고객들을 위한 리퍼브 매장을 지속 늘려갈 계획이다.
박종훈 롯데백화점 치프바이어는 "좋은 브랜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점에서 고객뿐 아니라 업계도 리퍼브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앞으로도 실속파 고객들을 겨냥한 전략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도 리퍼브 제품의 인기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위메프가 올 4~5월 두 달간 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리퍼브 상품 거래액이 리퍼브 판매를 시작한 2018년 같은 기간 대비 5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 중인 리퍼브 상품 개수는 1만 개 수준으로, 같은 기간 취급 상품 수 역시 14배 많아졌다. 지난 1~5월 가장 많이 판매된 리퍼브 상품은 복합기, 미니 PC, 모니터 등 디지털·가전과 테이블, 가구, 선풍기 등 가구·데코 상품으로 나타났다.
티몬 역시 리퍼브 제품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매달 24일을 '리퍼데이'로 정하고 관련 제품을 기획·판매하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리퍼브 제품을 상시 구입할 수 있는 '리퍼창고'도 신설해 운영 중이다.
한편 올해 들어 소비 위축으로 쇼핑몰, 백화점 등이 재고가 쌓이면서 재고 처리에 힘겨워 하고 있다. 이에 '재고 처리 쇼핑몰'이 부상하면서 '리씽크몰'이 주목받고 있다.
리씽크몰은 지난해 1월 설립돼 기업의 재고상품, 리퍼브 제품, 유통기한 임박상품, 전시 상품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한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과 고양시에 창고형 매장, 광명 롯데아울렛에 전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리씽크몰에선 238만원짜리 LG그램 17인치 노트북을 42% 할인해 139만8000원에, 120만원의 노트북은 60% 할인된 50만원에 판매되는 등 많게는 90%대로 할인하는 제품도 있다.가전제품뿐 아니라 식품, 화장품, 의류, 신발, 명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리씽크몰은 홈쇼핑과 백화점 등 기업에서 나온 리퍼 제품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손질해 다시 상품으로 내놓는다. 기업 입장에선 악성 재고를 처리할 수 있어 좋고,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퀄리티 높은 제품을 얻을 수 있어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