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872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8590원 보다 130원, 1.5% 올랐다. 최저 임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와 노동 시장 불안정성이 반영된 결과다.
14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72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최대 408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는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시작됐다. 이날 새벽 공익위원 측이 1.5% 인상안을 제시하자 한국노총 추천 위원 5명과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사용자 측 위원 2명이 이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표결은 사용자위원 7명과 공익위원 9명이 참여해 찬성 9표, 반대 7표로 최종 채택됐다. 최저임금위는 사용자·근로자·공익위원 각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최저임금 의결 과정에서 경제 위기, 불확실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다"며 "최저임금이 기대 이상으로 올랐을 때 일자리 감축 등 노동자 생계에 미치는 부정 영향이 훨씬 크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로 위기에 놓인 일자리와 노동시장, 경제 주체들을 보호하고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돈독하게 하기 위한 고뇌에 찬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5%는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최저임금 인상률(2.7%)이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2년 연속 1.0~2.0%대에 머물면서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은 임기 내 달성이 어렵게 됐다.
노동자 측은 최저임금 인상이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경영계는 코로나 위기 상황을 이유로 최저임금의 삭감 혹은 적어도 동결을 강하게 요구했다. 따라서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반발이 예상되며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늘 의결한 최저임금 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