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가 3만 182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소병훈 위원이 2019년 10월 경찰청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4년~2018년) 전국 지방청에 총 3만 1821건의 '카메라 등 이용촬용 범죄'가 발생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만 3000여 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경기(6134건) ▲인천(2269건) ▲부산(2003건) ▲대구(1681건) 등의 순이었다. 범죄 발생 증가율은 대전이 2017년 대비 2018년 70.3%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강원(29.3%), 울산(12.7%) 순으로 높았다.
아울러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는 역·대합실과 노상이 각각 16.2%, 13.3% 등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었으며, 그 뒤를 이어 지하철(9.7%), 아파트·주택(9.3%) 순이었다. 특히, 지하철의 경우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상시 점검을 실시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4.9%의 연평균증가율을 보이고 있었다.
이처럼 최근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과 동시에 관련 범죄 역시 증가하는 추세며, 자연스레 언제 어디에서 범죄에 노출될지 모르는 시민들의 불안함 역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법 카메라는 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반면 카메라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포털 사이트에 '적외선 탐지기'를 검색하면 적게는 수만 원, 많게는 수십만 원까지 호가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이에 많은 스타트업들은 일상 속에서 도사리는 불법 촬영 범죄를 해결하고자 저렴한 가격과 높은 접근성을 동시에 지닌 휴대용 '몰카 방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하게 불법 카메라를 탐지하거나, 카드 한 장으로 내 주변의 불법 카메라를 탐지하는 서비스들이 그 주인공이다. 불법 촬영 범죄를 막는 스타트업, '릴리의 지도'와 '몰가드'를 소개한다.
릴리의 지도, 스마트폰 하나로 불안감 해소
릴리의 지도를 선보인 에스프레스토는 불법 촬영 및 유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IT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최근 선보인 앱 릴리의 지도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내 주변의 불법카메라를 탐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찾은 불법카메라의 위치는 타인과 공유할 수 있어,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범죄 위험 역시 줄일 수 있는 '불법카메라 탐지 결과 공유 공간'을 제공한다.
물론 릴리의 지도 이전에도 불법 카메라를 찾아내는 앱들은 존재했다. 기존의 불법 카메라 탐지 앱들은 스마트폰 내부에 있는 자기장 탐지 기능을 이용해 전자기기 자기장을 인식하고 불법 카메라 식별 여부를 알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소형 카메라는 자기장 크기가 낮고, 다른 전자기기 자기장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실용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때 릴리의 지도는 기존 자기장 탐지 기능과 함께 딥러닝을 활용한 탐지 기술을 릴리의 지도에 담아 기존 앱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서비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불법 카메라를 찾는다.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소형카메라의 이미지를 학습하고, 증강현실(AR)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해당 공간을 스캔한 후 불법 카메라로 의심되는 이미지를 식별해 불법 카메라를 찾아내는 식이다. 딥러닝 기술을 이용하는 만큼 유저들의 사용이 누적될수록 탐지 정확도 역시 높아진다.
아울러 유저들의 탐지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도 눈에 띈다. 릴리의 지도가 제공하는 '안심지도' 기능은 탐지기능을 이용해 탐지한 결과를 등록 및 공유하는 일종의 SNS 기능이다. 지도와 함께 등록된 안심리뷰를 볼 수 있고, 현재 사용자가 위치한 곳을 기반으로 한 안심리뷰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불법촬영 및 불법카메라를 발견했을 때 즉각즉으로 대응할 수 있는 관련 대응기간 및 가이드도 함께 제공해 유저들이 불안감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이들은 향후 채증기능까지 추가해 탐지 후 즉각적으로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몰가드, 내 지갑에 넣어 다니는 나만의 지킴이
몰가드는 간이 불법카메라 탐지기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적외선 탐지기의 원리 및 빨강 셀로판지를 이용해 불법카메라를 찾아내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내, 지갑에 간단히 넣을 수 있는 카드 형태의 불법카메라 간이 탐지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휴대전화의 카메라와 플래쉬 부분을 카드 형태의 '몰가드'로 덮은 채 플래시를 켠 후 영상 촬영을 하게 될 시 빛나는 물체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찾게 된다면 불법 카메라를 의심해 볼 만하다. 플래시를 사용해 비춘 LED 빛은 약 700mm의 파장을 내고, 빨간빛에 민감한 휴대전화 렌즈가 불법촬영 카메라에서 나오는 빛을 반사해 휴대전화 화면에 하얀 점으로 반짝이면서 보이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2018년 12월부터 시제품을 완성한 몰가드는 2019년 2월 첫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으며, 5047%(구매자 3676명)이라는 성공률을 거두며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꿰었다. 제품 만족도 역시 5점 만점에 4.9점으로 높았다.
가격 역시 저렴하다. 이들이 판매하고 있는 몰가드 하나의 가격은 2000원,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적외선 탐지기와 비슷한 성능을 지녔으나 가격은 시중 대비 훨씬 저렴하다.
저렴하고 간편하다는 장점에 발맞춰 최근에는 관공서와 손을 잡고 몰가드를 배부하고 있다. 대학교와 지하철역은 물론, 최근에는 서울 성북경찰서와 함께 시민들의 불법촬영 노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약 3개월간 구내 150개소에 몰가드를 비치하고 시범 운영 중에 있다.
물론 해당 제품들은 간이 탐지기인 만큼 완벽한 정확도를 갖춘 것은 아니다. 릴리의 지도는 소형 카메라를 빠짐없이 검출해내기 위해 유사한 모양에서도 높은 위험도를 띄우며, 몰가드는 빛을 활용해 탐지하는 만큼 거울이 많거나 밝은 공간에서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언제든 불법 촬영 범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막연히 불안했던 구멍이나 불빛을 직접 확인해 불안감을 즉각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특장점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