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낸 이행보증금 2500억원 대한 반환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무산 책임을 금호산업에 돌리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M&A 결렬이 금호산업의 선행조건 미이행 때문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산의 입장 표명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해제를 통보한지 나흘 만의 일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해 법적인 차원에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법적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
아울러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산은)의 행태도 꼬집었다. HDC현산은 "산은은 기존 인수조건의 조정 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논의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입장을 전달했을 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HDC현산의 이번 입장 표명은 2500억원 규모의 소송에 대비한 명분쌓기로 보고 있다. 현산이 소송할 경우 승소할 확률과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는 아시아나의 급격한 부채비율 증가, 공정위의 320억원 과징금 부과가 HDC현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해 현산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다만 한차례 실사가 이뤄졌고 아시아나항공 부채상황을 인지했기 때문에 100% 유리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소송의 쟁점은 M&A 계약해제에 대한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이에 HDC현산은 계약 체결 이후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의 급격한 증가와 자본잠식이 심각한 상황임을 강조하고 아시아나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금호산업의 귀책사유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산은 계약 의무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마무리를 위해 기업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실사가 필요한데 금호산업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반면 금호산업과 산업은행 등은 현산의 재실사 실시 요구에 앞서 기업 사정을 알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2조5000억원에 인수합병(M&A)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가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항공 매출이 급감하자 인수를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