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볼공정 약관 조사 시작
최근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2030 젊은 층들을 비롯해 5060세대까지 주식 시장을 넘어 가상화폐 시장에도 다수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사기 행태가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가상화폐 시장을 거의 독과점으로 점령하고 있는 대형 거래소들의 시스템 한계까지 드러났다.
국내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이 잇따라 시스템 오류를 일으키며 투자자들의 매도, 매수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거래소에서 매수와 매도는 가장 중요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12일 업비트와 빗썸에서 비트코인이 급락하는 동안 매수, 매도 체결이 안되는 심각한 시스템 문제가 일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가상화폐 시장은 초단위로 달라지는 급박한 상황으로 돌아간다. 이런 가운데, 폭락하는 코인을 더 높은 가격에 매도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져 손해 배상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빗썸의 경우 이달 5일과 7일에도 매매 주문 체결 지연 현상에 대해 공지한 바 있다. 트래픽 폭주에 따른 오류에 대한 원인만 내놓고 보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업비트는 '시세 표기 중단 문제가 확인돼 긴급 서버 점검을 진행을 한다'는 공지를 한 뒤 정상 재개가 당초 예정했던 시간 보다 늦게 됐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 4시까지 공지됐던 긴급 서버 점검은 6시간이나 지연되어 오전 10시 16분경까지 길어졌고 투자자들은 오류로 인한 피해를 입어야 했다. 가상화폐 시장은 오전 9시경 상승장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밤 또 다시 코인 시장이 대하락장에 접어드는 시점에서도 업비트는 매수, 매도 오류를 일으켰다.
이에 업비트는 13일 "최근 시세 표기 중단으로 매매가 지연된 것과 관련해 보상하겠다"고 말하며 "장애 발생 7일째 되는 날의 자정까지 접수된 보상 요청 건에 대해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보상 여부 등 검토 결과를 안내하는 신속 보상 처리 프로세스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시세 표기 중단 문제로 긴급 서버 점검을 진행함에 따른 보상 요청은 12일 현재 총 16건 접수됐으며, 이 역시 투자자 손해 보상 정책에 따라 검토 및 보상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 보상 방안 결정이 매우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비트에서 보상을 위해서는 '모두 투자자의 매수 의사 또는 매도 의사가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해야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마치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과실을 개인이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이유로 분쟁을 겪고 있는 것이 연상이 된다.
이를 본 투자자들은 "안해주겠단 이야기 아닌가, 객관화된 증거가 어딨냐", "급한데 캡쳐할 수도 없고", "소비자만 당하는 것 같습니다", "저걸 고객이 증명해야 한다고요? 스크린샷이라도 찍으면서 매수매도 하란 소린가요?"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초가 다급한 상황에 스크린샷을 찍거나 영상 녹화 등을 통해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야하는 현실성 없는 보상안에 대해 '보여주기식'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빗썸은 보여주기 마저 없어 질타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가 빗썸·업비트 등 가상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불공정 약관에 대한 현장조사를 지난달말 실시했다.
'서버 점검이나 통신 불량으로 불가피하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등 광범위한 면책 조항에 대해 들여다 보기 위한 것으로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