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잠 설치는 혼족에게 위로가 되어줄 ‘불면 퇴치 ASMR’
오늘도 잠 설치는 혼족에게 위로가 되어줄 ‘불면 퇴치 ASMR’
  • 김다솜
  • 승인 2021.12.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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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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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누구나 좋은 잠을 자는 건 아니다. 왜 새벽만 되면 걱정거리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지, 왜 오늘 낮엔 커피를 3잔이나 마셨던 건지, 옆집은 또 왜 또 이리 시끄럽게 구는 건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나 혼자라는 사실이 외로워지는 건지.

피곤한 몸을 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잠들 수 없는 날이면 모든 것에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다. 특히 아침 일찍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잠을 설치고 있노라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 게다가 어깨를 흔들며 깨워줄 누군가가 없는 혼족이라면 그 불안감이 배로 다가온다.

이럴 때 필자가 자주 찾는 것이 바로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다. ASMR은 바람이 부는 소리, 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등의 다양한 소리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을 말한다. 2010년 무렵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현재는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초기 ASMR 영상은 반복적으로 소리를 내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 몇 년 전부터는 각종 상황극을 통해 재미와 안정 두 가지를 모두 담아낸 영상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직 한 번도 ASMR 영상을 접해보지 못했거나, 새로운 ASMR러를 찾고 있는 이들이라면 아래 채널들을 참고해보길 바란다.

 

VIVA ASMR / 구독자 48.6만명

비바의 영상은 마치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다. 아기자기한 소품과 그림을 직접 만들어 상황극을 만들어낸다. 왕진의사가 되어 숲속 동물들을 치료하기도 하고, 고래 등에 붙은 왕 따개비들의 이사를 돕기도 한다. 숲속 거인의 치아를 치료한다거나 유령에게 인간이 되는 메이크업을 해주기도 한다. 매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감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비바의 영상 중 가장 인기 있었던 콘텐츠는 ‘꼬마돌 스케일링 상황극’이다. 2년 전 처음 업데이트 된 이후 2021년 12월 현재 1375만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입안에 보석이 자라나 통증이 심해진 꼬마돌의 입안을 깨끗이 정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바가 직접 만든 소품과 귀여운 콘셉트가 돋보이는 콘텐츠로, 비바의 영상을 널리 알린 계기가 된 영상이기도 하다. 특히 영상 중 ‘콕콕~’이라고 말하고 마취주사를 놓는 장면에서 팅글을 느꼈다는 간증(?) 댓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ATMOSPHERE / 구독자 41만명

시네마틱 ASMR 콘텐츠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채널이다. 불과 2년여 만에 41만명의 구독자를 올린 이 채널은 크로마키를 활용한 높은 퀄리티의 영상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채널에는 ‘아마티나가 주인공인 중세판타지’, ‘안젤리카가 주인공인 80년대’, ‘안나가 주인공인 빅토리아 시대’, ‘아리스가 주인공인 SF물’ 등 4개의 재생목록이 있다. 재생목록 내 영상들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또 4개의 스토리도 서로 이어지도록 설정해놔 잘 짜여진 장편 연재소설을 읽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채널 운영자 아나스타샤는 어떤 상황극에서도 카메라를 의식하는 일 없이 1인다역을 소화하며 연기에 집중한다. 심지어 직접 인어 옷을 입고 바닷속을 수영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 높은 퀄리티에 다양한 소리까지 담겨 있어 잠들기 전 짧게 시청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곰돌이 숭늉이 [Bear Soongnyoong] / 구독자 19.4만명

고양이와 함께 상황극을 연출하는 ASMR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이다. 해당 채널이 일반 펫 콘텐츠 채널에서 떠오르는 ASMR 스타로 급부상한 것은 1년 전 올라온 ‘고양이 전용 에스테틱샵’ 영상부터다. 평소에도 업마 집사에게 안겨 있는 게 일상인 똑순이를 주인공으로 한 ASMR 시리즈는 매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영상을 촬영하는 동안 엄마 집사가 끊임없이 만지고 주무르는데도 계속 잠들어 있는 똑순이가 이 시리즈의 포인트. 마사지 30분에 대뜸 97만 원을 부르는 엄마 집사의 애드립이나 영상 자막으로 귀여운 포인트를 짚어주는 언니 집사의 센스도 돋보인다. 해당 시리즈는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1탄부터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상의 분위기, 엄마 집사의 다정한 목소리, 여러 소품을 활용한 간지러운 소리까지. 어느 것 하나 ASMR 콘텐츠로서 훌륭하지 않다 할 수 없지만, 똑순이의 귀여움 때문에 잠들기가 싫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따뜻한 목소리 현준 / 구독자 43.2만명

어린 시절, 내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던 부모님의 목소리에 스르르 잠들어 본 경험이 있다면 특히 더 좋아할 만한 채널이다. 채널명 그대로 낮고 따뜻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영상이 주 콘텐츠다. 소설, 에세이, 시, 자기계발, 동화, 심리학 등 장르를 넘나들며 책을 읽어주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

 

책의 내용에 따라 위로를 받기도 하고 몰랐던 사실을 알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지혜까지도 구할 수 있다. 비디오적인 요소는 없기 때문에 화면을 보지 않고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 필자 개인적으로는 유독 잠들기 어려운 날 찾게 되는 채널이다. 이 채널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영상은 4시간30분 분량의 ‘데미안’. 어려운 내용과 감미로운 목소리가 만나니 그 어떤 ASMR보다 효과적이라는 댓글이 눈에 띈다.

 

dreamy sound / 구독자 49만명

3D 프로그램을 활용해 특정 공간을 연출하고 분위기에 어울리는 좋은 소리를 합쳐 ASMR 콘텐츠를 만드는 채널이다. 숲속 카페, 우주선 침실, 항해하는 해적선, 1950년대 비오는 밤 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다. 어쩜 이렇게 사실적인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걸까 궁금했는데, 채널 운영자의 본업이 건축 CG 제작자라고. 각각의 영상마다 운영자가 달아둔 상황설명을 보면 더욱 몰입감이 높아진다.

이 채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콘텐츠는 조회수 1691만회의 ‘차박 캠핑’ 영상이다. 필자 역시 선뜻 엄두 내지 못했던 차박의 로망을 이 영상으로 달랬더랬다. 불꺼진 방 안에서 이 영상을 틀어두고 소릴 듣고 있노라면, 내가 누워있는 곳이 어느 한적한 숲의 차 안인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영상은 반복적인 장면이 나오기에 어느 정도 상황에 몰입이 됐다면 화면을 꺼둔 채로 감상한다면 더 빠르게 잠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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