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이던 20여년 전, '과학의 날'에는 그림그리기 대회가 열렸다. 미래를 주제로 한 미술 대회에서는 대부분 하늘을 나는 자동차, 로봇과 함께하는 일상 등을 그렸다. 필자 역시 고철로 만든 각진 모양의 휴머노이드가 머리를 감겨주는 그림을 그렸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리고 2022년 현재, 로봇은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으로 들어와 자릴 잡고 있다. 과거 산업현장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로봇의 무대가 가정으로 확대된 것도 이미 오래전 일이다.
과거에 상상했던 휴머노이드는 아닐지라도 다양한 곳에서 로봇을 만날 수 있다. 생각해보면 거실 한 귀퉁이에 놓인 저 로봇청소기도 로봇이 아니던가.
홀로 사는 장애인·노인 돕는 인공지능 반려로봇
최근 몇 년 전부터는 독거노인을 타깃으로 한 반려로봇이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국내 일부 지자체도 독거노인이나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반려로봇을 지급·대여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례로 서울 관악구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홀로 생활하는 장애인 100명을 선정, 인공지능을 탑재한 반려로봇을 보급했다.
관악구가 보급한 AI 반려로봇의 이름은 ‘차니봇(Channy Bot)’이다. 안부를 묻는 인사말 ‘괜찮니’에서 착안해 작명한 결과다.
귀여운 어린 여자아이처럼 생긴 차니봇은 약 복용시간이나 기상 및 취침 등 개인별 맞춤형 알람을 제공한다. 또 다양한 애교로 말동무 역할도 맡는다. 위험신호를 감지해 비상상황 시 응급체계와 연계되며, 구내 행정 및 복지소식과 일반정보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관악구는 대상자들의 호응이 높아 올 상반기 중 차니봇 100대를 추가 보급할 예정이다.
경북 구미시는 홀몸노인 10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반려로봇 ‘효돌이’ 돌봄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효돌이는 앱을 통해 노인의 일상관리와 응급알림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로봇으로, 마치 손주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인체 감지센서가 내장돼 특정시간 동안 사용자의 움직임이 파악되지 않으면 보호자에게 안부확인이 필요하다는 알림을 보낸다. 또 보호자나 생활지원사 등의 휴대전화와 연결, 노인의 실시간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보호자는 효돌이를 통해 어르신의 약 복용이나 식사 여부 등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비상·위급 시 사용자가 효돌이의 손을 3초 이상 누르면 보호자에게 전화요청 메시지가 전송된다.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반려로봇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반려로봇 중 하나로 ‘톰봇(Tombot)’의 ‘제니(Jennie)’가 거론된다. 새끼 골든리트리버와 흡사한 외형을 한 이 로봇은 노인과 치매환자 등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정서적 유대감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강아지의 골격 구조를 모사해 만들어졌으며 주인이 만지면 꼬리를 흔들고 주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등 실제 강아지와 같은 행동을 한다. 2019년 킥스타터를 통해 처음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도 현존하는 로봇 강아지 중 가장 강아지와 흡사한 반려로봇으로 꼽힌다.
1999년 소니가 발매한 세계 최초의 애완견 로봇, 아이보는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아이보는 우리나라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에서 노인층과 1인가구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2014년의 일을 보면 알 수 있다. 소니는 2006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아이보 사업을 철수한 뒤 2014년 사후 서비스 중단 소식을 알렸다. 그러자 아이보 주인들은 사찰에 모여 수백 대의 로봇개를 위한 합동 장례식을 열었다. 로봇을 위한 장례식이라는 이례적인 모습에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니는 지난 2018년 인공지능을 장착한 아이보 ERS-1000을 선보였다. 내장된 카메라 센서를 통해 주인을 알아보고, 주인이 외출한 사이 문앞에서 주인을 기다리기도 한다. 칭찬을 해주면 꼬리를 흔드는 모습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