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는 성황리에 끝났다.
기념회장에는 박희태 국회의장, 김황식 총리,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엄기영 전 MBC 사장 등 각계 인사와 지역주민 등 1천500여명이 참석, 자리를 꽉 채웠다.
가수 이문세 씨와 이 의원이 졸업한 중앙대 이사장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도 얼굴을 비쳤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계의 좌장으로 불렸던 최형우 전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최 전 의원에 대해 자신을 정치권으로 이끌어 준 분이라고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안경률, 진수희, 이군현 의원 등 친이재오계 의원들도 보였다.
이 의원을 만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았던 탓인지 이날 기념회가 시작된 오후 2시 전후로 중소기업중앙회 주변은 교통이 원활치 못했다. 안경률 의원이 이 의원에게 "차가 밀려서 난리가 났어"라며 웃으며 얘기할 정도였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이 의원의 정치적 위상은 상당했다. 이와 맞물려 이날 행사를 이 의원의 대선행보 '기지개'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이 의원은 인사말에서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보는 동시에 어려운 시기를 뚜벅뚜벅 걸어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헌론자인 그는 강력한 부패 척결과 권력 분산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이날 출판기념회를 놓고 이 의원의 앞날을 긍정적으로만 보는 건 아니다. 한 정치 분석통은 "출판기념회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좋지만 그 만큼 차가 막히지 않았느냐"면서 "이 의원의 정치기반이 대단해 보이는 건 당연히 좋지만 그 만큼 그의 행동이 부자유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이 의원의 몸은 매우 가벼워 보였고 언제든지 전쟁터에 나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오늘 출판기념회를 보면서 그런 느낌이 줄었다"면서 "가진게 많은 것처럼 비쳐지면 그 만큼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만약, 이 의원이 박근혜를 이미 앞서고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쫓아가는 입장에선 너무 일찍 몸이 무거워져서는 안 된다"면서 "미리부터 자신의 정치 세(勢)를 자꾸 드러내는 건 오히려 몸을 무겁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의원에게 "정치와 국가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 박 위원장은 "지금은 이 의원님의 말씀처럼 옷깃을 여미는 자세로 냉철한 반성과 성찰을 하고 시대 앞에 서서 국가와 국민을 바라보고 나아가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치권은 박 위원장이 그동안 친이(이명박)계의 좌장으로 불렸던 이 의원에게 '화해'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했다. 동시에 향후 있을 이 의원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