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대선 후보들의 기후위기 대응 공약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그린피스는 지난달 11일 KBS와 공동으로 주요 대선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 측에 집권시 차기 정부에서 어떤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을 추진할지 서면질의로 그 답을 들었다.
⧍에너지믹스 ⧍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 ⧍석탄발전 ⧍탄소세 ⧍정의로운 전환 등 6개 주제를 바탕으로 공통질문 12개와 후보별 개별 질문을 제시했으며, 각 후보 측으로부터 서면 답변을 받아 세부 내용을 분석·평가한 내용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대책에 있어서 후보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현 정부 기후 에너지 정책을 대부분 계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일보 했지만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에는 여전히 부족한 현 정부 정책의 한계를 넘기 위한 혁신적인 공약을 제시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현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제외하면 크게 차별화되는 공약이 없었으며,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서는 매우 낮은 인식 수준을 보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역시 이미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태양광·풍력 대신 상용화 가능성 조차 매우 불확실하며 안전성과 경제성 등에서도 의문이 많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에 기댄 원전 우선 정책에 집중해 화석연료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서는 효과적인 정책이 딱히 없는 모습을 보였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전력부문 탄소중립 조기실현 등 기후위기의 시급성과 한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과 역할에 걸맞은 정책을 제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각 후보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주요 길목에서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기후정책의 큰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에너지 믹스에서 후보들간의 방향성이 뚜렷이 갈렸다.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공약을 제시한 반면,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원전 우선 정책을 내세웠다.
탄소세 도입에 대해서도 이재명, 심상정 두 후보만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보였다. 석탄발전 퇴출과 정의로운 전환에서는 네 후보 모두 총론적으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큰 차이가 없었지만, 각론에서는 심상정 후보가 가장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2030년과 2050년 에너지 믹스 정책과 관련해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정부가 제출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목표를 성실히 이행하면서 에너지믹스를 계획에 따라 진행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계승할 뜻을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2030년 에너지원별 구성은 화석연료(석탄, 천연가스 발전) 41%, 신재생 30%, 원자력 24%, 기타(암모니아, 양수 등) 5%이다. 또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원자력 6%, 재생에너지 71%, 무탄소가스터빈 22%, 기타(연료전지, 부생가스) 2%로 구성되어 있다.
윤석열 후보는 현 정부의 2030년 재생에너지 30%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바람이 세지 않아 태양광 위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는데, 작년에 발전비중이 약 4%였던 태양광을 8년 안에 5배 늘려도 20%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탈화석에너지 기조는 유지하되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자력 30~35%, 재생에너지 20~25%, 화석연료 40~45%의 에너지 믹스를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원전을 늘린만큼 재생에너지를 줄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서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나 이재명 후보의 공약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윤 후보는 2050년 에너지 믹스와 관련해서는 화석연료가 줄어든 자리에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면서도 “2050년 발전량을 지금 제대로 예측하기는 불가능해 2050년 에너지 믹스를 지금 논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안철수 후보는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에는 우리나라 국토가 좁고, 바람과 일조량 등 자연환경도 맞지 않으며, 기술혁신 수준 역시 낮은 반면, 생산단가는 굉장히 비싸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탈원전 정책으로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며 2030년까지 폐쇄 예정인 원전 11기를 정상 가동하고,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즉시 추진해서 2030년까지 발전부문의 온실가스를 40% 감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2030년의 에너지 믹스에 대해서는 원자력 30~35%, 신재생 20%, 석탄·가스 + CCUS + 기타 45~50%로 답하고, 2050년까지 원전 35%, 재생에너지 35%, 기타 에너지 30%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는데 무려 30%에 달하는 기타 에너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심상정 후보는 “2030년까지 전력효율 향상을 통해 역대 전력사용량이 최대였던 2018년 509TWh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수요 관리를 하면서 그중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석탄발전은 2030년까지 모두 퇴출하고, 원전은 수명이 완료되는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에 따른 2030년 에너지 믹스는 원전 23%, 재생에너지 50%, LNG 25%, 기타(양수 등) 2%이다. 2030년 이후에는 산업현장의 탈화석연료화에 따라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비중을 100%로 높여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답했다.
심상정 후보 외 다른 후보들이 제시한 2030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제안한 50%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금 세계 주요국은 재생에너지 전력비중을 급속히 늘리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최근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수입품에 대해 일종의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2025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 역시 탄소국경세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산업계도 국제적인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50% 달성을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일부 수용해 2030년 목표를 38%로 높였다.
이와 관련해 그린피스는 2030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30%로 제시한 이재명 후보의 답변에 대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목표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국내 지형 특성상 재생에너지 확대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이 지난 2016년과 2018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와 2020년 미국 스탠포드와 UC 버클리 대학이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사용 전력 10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안철수 후보 측이 해법으로 제시하는 소형원전에 대해 “소형원전은 연구 단계라 안전성·경제성·수용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2040년 탈핵을 주장하는 심상정 후보나 2085년 이후 탈원전인 ‘감원전’을 강조하는 이재명 후보와 달리 윤석열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주장하는 원전 비중 30%는 2050년까지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더라도, 추가로 대형 원전을 2~30기 짓거나, 소형 원전을 2~300기 지어야 달성 가능한 비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으로 보이지만, 이를 주장하려면 최소한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추가 원전 건설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