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날이 따뜻해졌음을 느낀다. 달력을 보니 어느덧 3월, 봄이 시작되는 달이다. 완전한 봄이 오기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할 테지만 마음은 벌써부터 꽃밭이 되어가는 듯하다.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전염병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 계절을 그냥 보내기 아깝다면 혼자라도 짧은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시기별로 떠나기 좋은 국내 꽃구경 여행지를 소개한다.
봄 소식 알리는 매화를 만나러
매화는 봄 소식을 가장 빨리 전하는 꽃으로 통한다. 전남 광양은 매화로 유명한 지역으로, 2월 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3월 10일 전후로 절정을 이룬다. 특히 광양 매화마을은 이 시기 하얀 매화가 가득한 절경을 자아내는 스팟이다. 이 시기 매년 광양 매화축제가 진행되기도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역시 축제는 취소됐다.
제주도에서는 현재 휴애리 자연공원과 한림공원 등 2곳에서 매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휴애리 자연공원은 이달 20일까지, 한림공원은 27일까지 축제가 진행될 예정으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포토존 등 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한다.
조금 더 조용한 꽃구경을 원한다면 경북 안동으로 떠나보자. 이곳에서도 매화 스팟을 여러 곳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서악사와 도산서원, 병산서원 등이 꼽힌다. 모두 전통의 아름다움을 지닌 곳으로 느리고 호젓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경남 양산의 통도사에서는 능수백매와 홍매화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능수백매는 가지가 기다랗게 늘어진 흰색 매화로 향이 강하다. 길게 늘어진 가지에 흰 매화가 촘촘히 앉아있는 모습은 우아함마저 느껴진다. 또 진달래색의 홍매화는 통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이달 13일까지는 양산 원동에서 매화축제도 진행되고 있으니, 양산으로 향한다면 원동도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원동 매화축제가 열리는 순매원은 국내 매화 명소 중 하나로 낙동강을 따라 매화가 핀 모습이 일품이다.
세상이 온통 노랗게, 산수유꽃 구경가기
노란 왕관과도 같은 산수유꽃 역시 대표적인 봄꽃 중 하나다. 향은 거의 없지만 한창 만개하는 시기에는 나무가 노란색으로 모두 덮여 아름다운 자태를 자아낸다. 산수유 꽃의 만개시기는 3월 중순이다.
전남 구례는 이 시기 산수유를 보러 방문하면 가장 좋은 지역이다. 매년 산수유축제가 열렸으나 역시 몇 년째 열리지 않고 있다. 현천 마을에서 계척 마을까지 이어진 산수유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계척마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할머니 산수유 나무도 만날 수 있다. 이 나무에는 재밌는 설화도 얽혀있다. 1000년 전, 중국 산둥성의 처녀가 구례로 시집을 오면서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보려고 심은 나무라는 것이다. 그 진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나무답게 웅장한 크기를 자랑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로 유명한 경북 의성 화전리 산수유마을도 찾아갈 만하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가득한 노란 꽃나무 사이를 걸으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마저 받을 수 있다.
서울 근교에서 꽃구경을 하고 싶다면 경기 이천 산수유마을로 떠나보자. 마찬가지로 매년 산수유꽃 축제가 열리던 곳이지만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 이천 산수유마을에 간다면 포토명당인 돌담길에서 인증샷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