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친환경적 생산과 윤리적 소비 양식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속한 변화 속에서도 친환경적인 제품의 내재적 가치에 열광하는 ‘착한 소비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경영을 견인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 소위 ‘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폐기물을 매립∙분해하는 과정 없이 이전보다 더 좋은 품질 또는 더 높은 환경적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재가공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업사이클링을 통해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폐기물의 양을 줄이고 추가적인 자원의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이 업사이클링된 물건을 구매해 사용함으로써 자원을 아껴 쓰고 ‘자원 순환을 통한 환경보호’의 인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캐나다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음식 포장용기, 식기류, 커피 컵 등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양이 전년 대비 2배나 증가했다. 또한, 캐나다 내 연간 발생하는 음식 폐기물 양은 294만 톤으로 북미의 평균 음식 쓰레기 양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친환경적인 트렌드에 따라 버려지는 폐기물을 활용하는 기술과 제품 개발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 등 폐기물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것들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탄생시키고 있다.
버려지는 폐기물로 인한 환경 문제로 직격타를 맞고 있는 시대 속에, 패션계에도 ‘지속 가능한 스타일’이 트렌드로 자리 잡는 추세이다. 1995년, 몬트리올 지역에 설립된 맷 앤 냇(Mat & Nat)은 지속가능한 패션잡화를 제조하는 업사이클링 기업이다. 이 회사는 동물성 가죽을 사용하는 대신 버려지는 나일론, 코르크, 고무, 플라스틱 병 등을 재활용해 가방, 신발, 액세서리 등을 제조해 판매한다. 이 회사는 버려지는 소재를 다시 사용해 쓰레기 소각량을 줄임과 동시에 튼튼한 재질까지 갖추는 에코 패션 스타일을 추구한다. 최근에는 향후 지속 가능한 재료로 과일 껍질 섬유를 실험하고 있으며 이와 같이 혁신적인 방법을 지속 탐색할 계획이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연간 310억 개의 와인병이 폐기되는데, 이 중 오크나무로 만들어진 코르크를 재활용해 신발을 제조하는 기업도 있다. 캘거리에 위치한 솔레(SOLE)사는 버려지는 코르크를 수집해 여름 샌들, 구두, 부츠 등의 리코르크(ReCORK)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발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이 원재료로 주로 사용되는데, 해마다 250억 켤레가 넘게 팔리지만 폐기될 때에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로 매립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지속 가능한 패션 트렌드를 따라 친환경적인 재료인 코르크를 선택했으며, 캐나다와 미국 전역에 수집함을 설치해 버려지는 코르크를 수집하고 있다. 또한, 신발 제조 외에도 요가 블록에도 코르크를 사용해 내구성이 튼튼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밴쿠버 지역에 소재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인 찹밸류(ChopValue)사는 버려지는 나무젓가락을 재활용해 일상소품으로 제조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수거한 젓가락을 깨끗이 건조한 후 코팅 및 압축 과정을 거쳐 원재료를 만들어 제품 제작에 활용한다. 매년 쓰레기로 매립되는 나무젓가락의 개수는 무려 800억 개이며 이렇게 버려진 나무젓가락들은 화학 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 분해되기까지 보통 2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 회사는 무분별하게 폐기되는 젓가락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구 및 일상소품 제작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총 3300만 개 이상을 재활용했다. 주요 업사이클링 제품으로는 인테리어 선반, 책상, 컵보드, 도마 등이 있으며 개인 주문을 받아 특별 제작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토론토시는 매주 수거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해 재생가능가스(RNG, Renewable Natural Gas)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존 토리(John Tory) 토론토시장은 음식 폐기물을 통해 생산된 가스는 차량의 연료 및 건물 난방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재생가능가스의 활용은 천연가스 소비량을 절감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토 환경부 관계자는 더플린 지역의 음식물 처리장에서 바이오가스 포집기를 설치해 쓰레기에서 발생되는 가스를 수집할 계획임을 전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폐기물을 배출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음식 폐기물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미국 환경보호국(EPA) 통계에 의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30~40%가 쓰레기로 그냥 버려지고 있고 연간 760억 파운드 이상에 이르는 음식 폐기물은 매립장과 소각장에서 처리되는 전체 폐기물 중 가장 많은 비중(22%)을 차지하며, 전체 음식 폐기물의 3퍼센트도 안되는 적은 양만이 재생되어 쓰인다고 한다.
해마다 미국에서 배출되는 음식 폐기물은 그 자체로 경제적 측면과 환경적 측면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는 매년 소매 업체와 소비자가 음식 폐기물로 입게 되는 손실과 음식 폐기물의 가치가 161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음식 폐기물을 매립하기 위해 매립지가 낭비되는 것은 물론, 음식 폐기물로 인해 발생되는 메탄가스는 기후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유엔 식량 농업기구(UNFAO)에 의하면 매년 전 세계 식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3억톤의 식량이 손실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음식 폐기물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44억 미터톤에 이르며, 음식 폐기물의 처리에 지구 전체 담수의 21%가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음식 폐기물 문제는 단순히 그 양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음식 폐기물을 먹지 않고 남아서 버린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구입하기도 전에 버려지는 식품이 훨씬 많다. 해마다 재배되는 농작물의 4%는 수확되지 않고 그대로 매립지로 향한다. 그중 대부분은 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 그냥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상품가치가 떨어져 농장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그대로 음식 폐기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진보적인 식품기업들은 그 자체로 높은 부가가치가 있는 음식들이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고 있다. 업사이클 개념을 이용한 것이다. 창의적 재사용이라고도 불리는 업사이클(upcycle)이란 폐기물, 부산물 등과 같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예술적 가치 또는 환경적 가치와 같이 더 높은 품질로 인식되는 새로운 제품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때문에 원래 재료의 본질적인 형태를 변경하지 않고 최소한의 변경으로 다른 제품을 만드는 리사이클(recycle: 재활용)과는 구별된다.
업사이클 식품은 버려질 뻔한 농산물들이 재가공돼 새로운 모습과 브랜드로 탄생되면서 스토리가 부여되므로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가지게 된다. 단순히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업사이클 식품이 출시되고 관련 시장이 규모를 형성하게 되면서 업사이클 식품협회(UFA: Upcycled Food Association)가 설립되는 등 식량 손실에 대한 해결책으로 업사이클 식품이 뚜렷하게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음식 폐기물이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경각심과 ‘zero-waste’를 위한 식품업계의 노력으로 탄생한 업사이클 식품은 단순히 환경을 생각한다는 이미지를 넘어서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적 소비 지향적인 미국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 운영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제품이 수명을 다 할 때까지 환경을 해치지 않는 제품을 선택하는 ‘윤리적 소비'는 새로운 쇼핑의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음식물, 일회용품 등 버려지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자료 = 해외시장 뉴스 KOTRA "캐나다, 패션부터 일반 산업까지 확대되는 친환경 업사이클링 트렌드" , "미국 식품업계는 업사이클로 착해지는 중" 보고서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