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10주년을 맞아 SK그룹이 투자한 미국 내 차세대 전력반도체용 웨이퍼 공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글로벌 스토리’ 경영 전략과 연계해 SK실트론CSS 증설 투자 외에도 미국 각지에서 친환경 사업 중심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스토리 전략은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제안한 경영 화두 중 하나로, SK가 글로벌 현지 이해관계자들의 존중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윈-윈 형’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개념이다.
17일 SK그룹에 따르면 여한구 산업통산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미국 무역대표부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이하 USTR) 대표 등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Michigan) 주 SK실트론 CSS 공장을 방문해 양국 경제·기술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SK실트론 CSS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탄화 규소, 이하 SiC)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SK실트론이 2020년 미국 듀폰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현지 자회사다.
SK 측에서는 미국에 체류 중인 유정준 SK E&S 부회장이 SK그룹을 대표해 나왔고, 장용호 SK실트론 대표, 지안웨이 동(Jianwei Dong) SK실트론 CSS 대표 등이 참석하여, 양국 통상 수장들을 맞이했다.
양국 인사들은 미시간주 어번(Auburn)에 위치한 SiC 웨이퍼 공장을 둘러본 뒤, 신규 생산설비 공사가 진행 중인 인근 베이시티(Bay City) 공장으로 이동해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캐서린 타이 대표는 이날 “한미 FTA 체결 후 10년간 양국의 무역, 투자 협력 관계는 강화되어 왔다”며 “SK실트론 CSS는 한미 협력 최고 사례로서 오늘 내가 여기에 와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파트너십은 보다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창출하는 동시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라고 말했다.
유정준 부회장과 장용호 대표는 환영사 등을 통해 SK그룹의 미국 내 투자 및 사업 현황을 소개하고, “SK는 미국 내 친환경 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현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의 약 3.3%를 감축하는데 기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K실트론은 전기차 수요 급증과 함께 SiC웨이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향후 3년간 3억 달러(약 3700여억원)를 투자해 미시간CSS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SiC웨이퍼는 기존 실리콘(Si) 웨이퍼에 비해 내전압·내열 효과가 뛰어나고 소형화가 가능해 전기차 등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소재다. 최근 전기차 보급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0년 약 6100만 달러에서 2030년 약 36억 달러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실트론 관계자는 “미국 SK실트론 CSS와 SiC 웨이퍼 생산 협력을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경북 구미 공장에서도 SiC 웨이퍼를 양산하게 된다”며 “이는 우리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글로벌 수준의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 및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SK온은 미국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해 테네시와 켄터키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44.5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또한, SK E&S와 SK㈜는 지난해 수소연료전지 및 연료공급 솔루션 기업인 플러그파워에 16억 달러를 공동 투자했다. 이에 더해 SK㈜는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대체 식품 등 ESG경영에 부합하는 사업 분야에 3억 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SK하이닉스는 10억 달러를 투자해 실리콘밸리에 반도체 R&D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한미 양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탄소 감축 등 지구촌 공동의 과제 해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