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한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의 일환으로 비거니즘을 꼽을 수 있다.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비건 음식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다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샐러드 전문점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편의점 인기 상품 목록에서 비건 제품이 발견되기도 한다. 육고기나 달걀,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비건 레스토랑은 지역을 불문하고 인기 명소로 자릴 잡고 있다.
비거니즘이 확산되며 비건의 개념도 먹거리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단순히 먹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소비의 영역에서 환경과 동물을 우선의 가치로 두는 미닝아웃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미닝아웃(Meaning Out)이란 소비자 운동의 일환으로, 정치적·사회적 신념과 같은 자신만의 의미를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신념을 가리키는 ‘미닝’과 정체를 드러낸다는 뜻의 ‘커밍아웃’이 결합된 신조어다.
가장 비거니즘이 활발하게 적용되는 분야는 ‘뷰티’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거나 과대포장을 지양한, 혹은 비건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최근 뷰티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작년 CJ올리브영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응답자 중 90%가량이 ‘화장품 구매 시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는 응답을 내놓기도 했다.
2018년 론칭한 멜릭서는 국내 최초의 비건 뷰티 브랜드다. 브랜드에서 출시된 립버터, 핸드워시, 크림 등 모든 제품은 동물성을 배제한, 환경에 해가가지 않는 원료로 구성됐다. 포장을 최소화하는 한편 제품 용기도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다.
CJ올리브영은 이달 비건뷰티 트렌드를 소개 및 제안하는 ‘비건뷰티 캠페인’을 실시한다. 클리오 비건웨어, 어뮤즈, 디어달리아 등 비건 뷰티 상품의 기획전을 진행하는 한편, 4만원 이상 구매한 회원 고객에게는 ‘비건뷰티 키트’를 선착 증정하는 내용을 담는다.
패션계 역시 비거니즘이 활발히 일어나는 분야다. 지난해 G20 정상회의 당시 김정숙 여사가 착용해 눈길을 모은 국내 비건 가방 브랜드 페리토의 핸드백은 가죽이 아닌 한지로 만든 가방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주목받았다. 가죽보다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강해 한동안 품절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 편에서 유재석이 입었던 호랑이셔츠 역시 국내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의 제품이다. 비건타이거는 동물성 소재를 배제하고 콩기름으로 만든 폴리에스터 등 지속가능한 대체 소재를 사용해 패션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다.
동물성 젤라틴이나 동물성 캡슐이 주를 이뤘던 영양제도 비건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동물실험 및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크루얼티 제품, 유전자 변형성분(GMO) 무함유, 비건인증 제품 등 선택지도 점점 더 다양해지는 추세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공인된 비건인증 제도가 없다. 한국비건인증원, 비건표준인증원, 비건소사이어티(영국비건협회) 등에서 인증을 실시하고 있으나 공인된 기관이 아니거나 외국 기관이다. 따라서 비건인증을 별도로 받지 않아도 ‘비건’으로 표시가 가능하다. 실제 일부 기업에서 동물성 재료가 함유돼 있음에도 비건이라 표시한 제품을 출시했다가 빈축을 산 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