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라 전기차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 상승세의 주역은 배터리 원자재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 가격의 지표로 꼽히는 탄산리튬 값은 올해 3월 기준 2020년 11월에 비해 108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수산화리튬은 910%의 오름세를 보였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지난달 일론 머스크는 통계청의 트위터를 리트윗하면서 “리튬 가격이 미친 수준으로 올랐다! 비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테슬라는 직접 광산 채굴과 정제에 나서야 할 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터리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짐에 따라 업계에서는 ‘폐배터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간 전기차의 폐배터리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다. 재활용이 용이하지 않아 처치가 곤란했기 때문이다. 폐배터리는 매립 시 전해액과 전극에 사용한 중금속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소각하면 유해물질을 배출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최근 폐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관련 기술이 활발히 개발되면서 폐배터리는 애물단지에서 ‘갓데리’로 변신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는 지난해 440개에서 2025년 8321개, 2029년 7만8981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정KPMG의 ‘배터리 순환경제,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의 부상과 기업의 대응전략’ 보고서에서는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성장세를 2025년부터 연평균 33%로 점쳤으며, 2040년에는 573억달러(약72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재사용은 폐배터리 상태 점검 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활용된다.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다시 사용하기엔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용도로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재탄생한 폐배터리는 가로등 ESS, 가정용 ESS, 휠체어 배터리 등 소형 에너지 ESS에 재사용되거나 금속을 추출하는 민간기업에 매각돼 재활용 과정을 거친다.
배터리 재활용은 폐배터리에서 값비싼 원자재를 추출해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배터리를 완전 방전시켜 폭발 위험을 제거한 뒤 음극과 양극, 분리막 등으로 분해하고 여기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한다. 배터리 원료를 확보할 수 있어 ‘도시광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미 유럽연합(EU)에서는 폐배터리의 재활용을 필수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는 최근 배터리 원자재 채취부터 제품 생산까지의 전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고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을 통과 시켰다.
법안이 시행되면 2030년부터 산업·전기차용 주요 배터리 원료를 일정 비율이 이상 재활용 소재로 구성해야 한다.
배터리 기업들도 폐배터리 재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폐배터리 재활용업체인 ‘리사이클’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삼성SDI는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해 성일하이텍과 협업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해외 폐배터리 공장 가동을 목표로 투자 확대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