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분야에서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구독이라 하면 종이신문이나 우유가 전부였지만 근래에는 OTT, 음악 스트리밍, 가전제품 등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최근에는 자동차 시장에도 각종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주기별로 원하는 차종을 골라 운행해 볼 수도 있고, 차내 옵션 등 일부 기능을 구독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차량 관리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제조사도 등장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 셀렉션, 기아 플렉스, 제네시스 스펙트럼 등의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겉으로 봐서는 기존의 장기렌트와 방식이 비슷해 보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차이를 보인다.
서비스 구독자는 가입 기간 중 원하는 차량을 골라 이용할 수 있다. 가령 현대셀렉션에서는 최대 14개 차종을 제시하고 이중 원하는 차를 골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월 구독료에는 보험, 정비, 자동차세가 모두 포함돼 있다.
장기렌트 서비스와 달리 약정기간, 선납금, 위약금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월 단위 요금제에 따라 월 2회 교체도 가능하며 친구나 가족 등 추가 사용자 등록도 할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 원격제어, 차량관리, 길 안내, 음악 스트리밍 등을 제공하는 ‘블루링크’ 서비스도 구독 형태로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차내 에어컨 및 히터를 틀거나 문을 잠그는 등의 원격제어를 할 수 있으며, 갑작스러운 사고 시 SOS버튼만 누르면 사고 처리 및 구난지원이 가능하다.
자동차 구입 시 추가 비용을 내고 옵션으로 선택했던 기능들을 연 단위나 월 단위로 구독할 수 있는 옵션 구독 서비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레벨2 수준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완전 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에 대한 구독 서비스를 작년 7월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작년 10월, 향후 구독 및 서비스기반 비즈니스에서 신규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GM은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반자율주행시스템 ‘울트라 크루즈’를 구독서비스로 출시할 예정이다.
볼보는 운전자의 상시 모니터링을 필요로 하지 않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라이드 파일럿’의 구독화를 추진 중이다.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검증을 마친 후 차세대 순수 전기SUV부터 구독 서비스를 적용할 방침이다.
전기차 이용자들을 위한 구독형 전기차 충전 요금제도 출시되는모습이다. 월 구독료를 내면 할인된 가격으로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서비스로, 국내에서는 교통솔루션 전문기업 에스트래픽이 작년 9월 처음 선보였다.
에스트래픽의 에스에스차저 럭키패스 멤버십 중 럭키패스 라이트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월 1만1900원으로 매월 전기에너지 300kWh까지 충전할 수 있다. 이는 최소 1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현대차는 최근 에스트래픽과 제휴를 통해 ‘럭키패스 H’를 출시했다. 럭키패스 H라이트+의 경우 구독료는 1만5000원, 월 약정량은 400kWh다.
BMW코리아는 지난 25일 자동차 업계 최초로 구독형 차량관리 프로그램 ‘BMW 서비스케어 플러스’를 출시했다. 멤버십 가입 시 엔진오일·오일필터 교체, 수리 할인, 픽업 앤 딜리버리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멤버십 가격은 모델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처럼 새로운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고객 이탈 방지 및 매출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테슬라 FSD 등 각종 차량 기능 구독 서비스의 채택률이 30%까지 늘어날 경우 연간 서비스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1180억달러(약 146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통적인 제조·판매 사업으로 벌어들인 전세계 상위 완성차 그룹 11개사 및 테슬라의 2019~2021년 연간 영업이익 평균(1090억달러)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