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없이도 물건을 구매하고 결제할 수 있는 요즘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간편 결제 앱을 통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스마트폰 없이, 오직 몸만 있으면 경제활동이 가능한 세상이 오면 어떨까. 마냥 편하기만 할까?
기술은 이미 현실화 돼 가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최근 플라스틱 카드 대신 사용자가 미소를 짓거나 손바닥을 흔들면 결제가 되는 방식의 생체인식 프로그램 ‘스마일 투 페이(smile to pay)’를 선보였다. 계산대에서 생체인식 체크아웃 시스템에 얼굴이나 손을 갖다대면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스터카드는 현재 브라질 내 5개 식료품 점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 중이다. 슈머마켓 이용자는 매장이나 현지 협력사의 앱을 통해 안면 데이터를 등록만 하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마스터카드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로 프로그램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이 나온 배경으로는 코로나19가 꼽힌다. 비대면 결제가 일상화 되고 있는데다, 개인 위생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며 현금은 물론 카드 사용조차 비위생적이라는 인식이 커졌다. 마스터카드는 스마일 투 페이가 거래 속도를 높여 매장 대기 시간을 단축시키고 금융사고에도 덜 취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일 투 페이와 같은 비접촉 생체인식 기술은 전 세계 곳곳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크게 얼굴 인식, 홍채 인식, 음성 인식 등으로 나뉜다.
현대차그룹의 제네시스는 운전자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가면 운전자가 자동으로 이를 인식해 차 문을 열어주고 운전석 및 운전대 위치, 사이드미러 설정까지 맞춤 조정해주는 안면 인식 기술 ‘페이스 커넥트’를 상용화 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지하철 개찰구에 얼굴을 비추면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페이스 페이’가 사용되고 있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편의점 ‘아마존 고’와 식료품 체인점인 ‘홀푸드’의 일부 매장에 계산대 스캐너에 소비자가 손바닥을 대 결제하는 방식의 ‘아마존 원’을 도입했다.
롯데카드와 신한카드는 각각 2017년에 손바닥 정맥으로 결제하는 핸드페이를, 2020년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 페이스페이를 론칭한 바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초기 단말기 비용 부담과 금융당국의 제한 등으로 확장의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마스터카드는 비접촉 생체인식 결제시장이 2026년까지 168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관건은 ‘보안’이다. 몸의 일부에 대한 정보가 노출·해킹되는 경우 비밀번호처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생체 데이터에 대한 해킹 공격이 일어난다면 기존 결제 방식보다 사기 피해 사례는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따르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고객 데이터는 암호화 되고 생체인식 데이터 역시 토큰이나 임의의 영·숫자로 대체되기 때문에 판매자도 고객의 사진이나 다른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