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하는 1인가구에게 캡슐커피는 입문용으로 가장 좋은 장비 중 하나다. 사용과 관리가 편리하면서도 커피전문점과 비슷한 맛의 커피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맛과 향의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캡슐커피 시장규모는 2018년 최초로 1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약 2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캡슐커피 소비가 확대됨에 따라 사용 후 버려지는 일회용 캡슐용기도 늘어나고 있다. 크기가 작고 여러 개의 층으로 나눠져 있어 분리배출 및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오염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요 21개 캡슐커피 21개 제품 중 4개 상품은 알루미늄, 나머지 17개는 플라스틱이 주 재질로 돼 있어 대부분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캡슐의 크기가 작고, 분리배출이 어려운 구조적 특성에 있다.
캡슐커피를 완벽하게 분리배출하려면 뚜껑(리드) 부분을 먼저 분리하고, 본체 내부에 남아있는 커피찌꺼기를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용기가 밀봉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분리 과정은 쉽지 않다.
소비자원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캡슐용기를 재질에 맞게 분리 배출하는 소비자는 42.0%에 그쳤다. 쓰고 남은 캡슐용기를 일반쓰레기로 배출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1.4%였다.
소비자가 이물질을 완벽히 제거해 분리배출을 하더라도 알맞게 재활용이 될 가능성도 낮다. 캡슐커피는 재활용 의무대상 포장재 중 분리배출 표시 예외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개별용기에 재활용 도안 및 재질 표시가 없어 선별과정에서 일반쓰레기로 버려질 확률이 높다.
일부 사업자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캡슐용기를 무료로 수거해 재활용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소비자원이 조사한 21개 제품 중 3개 제품을 판매하는 네스프레소만이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캡슐용기를 회수 중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용률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소비자원 설문 조사 결과에서는 네스프레소 캡슐을 구입한 290명 중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38.3% 수준이었다.
해외에서는 어떨까?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네스프레소뿐만 아니라 네스카페, 일리 등 8개 브랜드의 사업자가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영국 치체스터의 경우 주 차원에서 캡슐 용기를 수거하고 있다.
이렇게 수거된 캡슐은 공정을 거친 뒤 용기와 커피가루로 나뉘어 각각 재활용된다. 네스프레소의 경우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으로, 캡슐커피 재활용률은 지난해 말 기준 32%에 이른다. 캡슐 용기로 쓰였던 알루미늄은 생활용품이나 자동차 부품 등으로, 커피 가루는 농장의 거름으로 재탄생 된다.
네스프레소는 스위스의 자전거 회사 ‘벨로소피’와 함께 네스프레소 캡슐의 알루미늄으로 만든 자전거, ‘리:사이클(RE:CYCLE)’ 리사이클을 선보인 바 있다. 스위스 펜 브랜드 ‘카렌다쉬’는 네스프레소 캡슐을 재활용해 만든 알루미늄 소재의 픽스펜슬 한정판 네스프레소 에디션을 내놓기도 했다. 해당 펜은 커피가루 25%가 함유된 흑연심이 특징이다.
친환경 캡슐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는 모습이다. 캐나다 스타트업 ‘넥스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퇴비로 활용이 가능한 커피캡슐을 선보였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이 캡슐은 35일 만에 완전 퇴비화된다. 유럽의 바이오신소재 기업 코다그룹은 농업용 폐기물로 만든 친환경 캡슐커피를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