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시작하고 가장 고된 것은 집안일을 해결하는 문제였다. 이 좁은 집에 청소할 거리는 왜 이렇게 넘쳐나는 것인지, 낯선 타향살이만도 힘든데 구석구석 집안을 쓸고 닦느라 매일매일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자취 10년차가 된 지금은 집의 여러 가지 일을 기계에게 맡기고 있다. 아침마다 돌아가는 로봇 청소기는 물걸레질까지 알아서 처리해주고, 식기세척기는 내가 한 것보다 더욱 깨끗하게 설거지를 해결해준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화장실 청소다. 필자의 집 화장실은 외창이 없는 구조다. 이전까지는 환풍기를 틀고 문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습기제거가 가능했지만, 호기심 많은 강아지를 키우고 난 다음에는 이마저도 못하게 됐다. 강아지가 화장실에 들어가 미처 치우지 못한 머리카락을 주워 먹는 일이 몇 번인가 일어난 뒤로 문은 항상 닫음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샤워 후 물기를 치우고 나와도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물때가 끼는 일이 빈번해졌다. 조금만 소홀해도 곰팡이가 자라나기 일쑤였다. 일주일에 한 번 화장실을 청소할 때마다 있는 힘껏 솔질을 하느라 청소가 끝나면 팔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던 중 욕실청소기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이거라면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구매를 결심했다. 필자가 구매한 욕실청소기는 국내 중소기업의 무선형 제품으로, 브러쉬 교체가 가능한 모델이다. 본래는 4만원 중반대로 팔고 있는데, 통신사몰 특가 이벤트를 이용해 2만원 중반대에 살 수 있었다.
충전선이 있는 본체와 브러쉬를 끼우는 헤드, 길이 조절용 파이프, 브러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본체 충전은 USB로 가능한데, 최근 많이 사용되는 C타입이 아닌 마이크로 5핀 제품이라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패키지에 동봉된 선을 이용해 완충을 시킨 후 바로 욕실청소를 해봤다.
제공된 브러쉬는 원형, 평면, 틈새 등 3가지다. 원형은 넓은 면적을 청소할 때나 세면대, 변기 등 곡선 형태의 공간을 청소할 때 사용한다. 평면 브러쉬는 욕실바닥이나 벽 타일 등을 청소할 때, 틈새 브러쉬는 모서리나 틈새를 청소할 때 사용하라고 적혀 있었다.
테스트로 헤드에 원형 브러쉬를 끼우고 버튼을 눌러 청소기를 작동시켰다. 원리는 간단하다. 헤드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청소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파워가 세고 청소기 자체의 무게도 무거워 한 손으로만 잡고 청소하기는 약간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바닥의 물때는 잘 지워지는 것을 확인했다.
세면대의 물때도 지워보기로 했다. 중간 파이프를 떼어내 본체와 헤드를 결합하면 세면대나 변기를 청소하기 알맞은 길이가 된다.
평소 수세미로 지웠을 땐 한번에 없어지지 않던 물때들이 금세 사라졌다. 하지만 미리 뿌려둔 욕실 세정제가 온 사방으로 튀었다. 손의 힘이 조금만 풀어져도 헤드의 움직임에 따라 청소기가 마구 춤을 춰댔다. 소리도 다소 시끄러웠다. 그래도 평소보다 청소시간이 짧아진 것은 만족스러웠다.
기본 제공되는 브러쉬가 세 개나 되기 때문에 용도별 청소솔을 구비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좋았다. 기존에는 바닥을 청소하기 위한 긴 막대솔과 변기청소용 짧은 막대솔, 구석 청소용 솔, 수세미 등 여러 가지를 구비해뒀었는데 욕실청소기를 들인 후 막대 솔은 모두 버렸다.
하지만 청소가 끝난 후 브러쉬 보관은 조금 애매했다. 벽면에 걸 수 있는 고리가 없어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채로 선반에 보관해야 했기 때문에 약간 찝찝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청소시간이 전보다 확연히 짧아진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또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전보다 힘을 덜 들여도 화장실 청소를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