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경제상황과 큰 폭으로 오른 금리 등으로 인해 재태크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자의 예금∙적금 투자심리가 부동산과 주식·펀드 투자심리를 3배 이상 차이로 앞질렀다. 불과 1년 전 거의 비슷하던 이들 재테크 심리를 단기간에 뒤바꾼 주 요인은 ‘금리’였다.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과 함께 예금·적금의 지속적 증가, 부동산과 주식·펀드의 장기 침체가 불가피해 보인다.
데이터융복합·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매주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주례 소비자체감경제 조사’에서 △예금·적금(이하 예적금) △주식·펀드(이하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4종의 자산관리 방법에 대한 선호 심리를 확인했다. ‘만약 가까운 가족·친구가 재테크를 위해 ‘OOO’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권유(적극+약간), 중립, 만류(적극+약간)’ 중 하나를 택하게 하고, ‘(적극+약간)권유’하겠다는 응답(권유율) 추이를 분기별로 비교했다.
최근 4년간의 추이를 비교하면 예적금은 하락 후 상승, 부동산과 주식은 상승 후 하락하며 상호 대칭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리 변동은 예적금 심리와 거의 일치했고 주식, 부동산과는 역진했다는 점에서 금리와 재테크 심리 간의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분기 자산관리 권유율(투자심리)은 △예적금(56.5%)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부동산(15.7%)과 △주식(14.3%)은 엇비슷했으며 가상화폐(2.2%)는 매우 낮았다.
이후 금리인하 기조에 따라 예적금은 하락하고 부동산과 주식은 상승하는 추세가 2년간 이어졌다. 둘 중 먼저 뜨거워진 것은 부동산이지만 곧바로 주식이 따라 붙으면서 비슷한 곡선을 그렸다.
2021년 세가지 자산 투자심리가 비슷한 수준에서 균형을 이루는 듯하더니 작년 말부터 급격하게 역행하는 모습이다. 불과 1년만인 올해 3분기 예적금 투자심리는 60%에 육박해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부동산(17.1%)과 주식(16.2%)은 최저치에 근접했다. 안전과 위험 투자심리의 차이가 단기간에 3배 이상으로 커졌다. 둘 간의 갭은 최대 43.5%포인트로, 과거 가장 컸던 2019년 1분기(42.2%포인트)를 능가했다.
엇비슷하던 예적금과 부동산, 주식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이다. 이전 비슷한 차이에서 동률 수준으로 수렴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가상자산 투자심리는 초기에 2.2%로 매우 미미했다가 10%를 넘기도 했으나 최근 3.3%로 약해졌다. 한때 큰 유행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소수의 투자 영역이다.
이같은 자산 투자심리의 급변은 코로나 팬데믹에 더해 국내외 정치·경제적 환경과 정책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물가 급등, 잇단 금리 인상, 집값과 주가지수의 동반 하락 현상을 불러 왔다. 예적금이라는 안전하고 환금성 높은 재테크를 향한 자금의 대이동 즉 ‘역 머니무브’가 진행되고 있으며,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특히 현재의 자산관리 향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금리 인상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예적금 증가로 이어지고, 시중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하며, 부동산과 주식 가격을 낮추는 순환구조로 ‘영끌·빚투족’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언제 이런 악순환이 멈출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