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세 하락과 전세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전세 시장이 침체기 국면에 접어들면서 역전세는 물론 일부에서는 역월세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1177만원으로 작년 12월 3억1953만원 이후 9개월 연속 하향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올해에만 1.94% 하락했다.
계속되는 금리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자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려는 이들이 늘면서 전세 물량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4만4638가구로 전월(3만5951가구)대비 24.2% 증가했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43%가 늘어난 물량이다.
KB부동산 주간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81.3으로 통계가 작성된 2003년 7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 초과시 공급부족을, 100 미만은 수요부족을 의미한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69.3으로 전주대비 10.5포인트나 빠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역전세 우려는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역전세는 주택 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떨어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되돌려주기 어려워진 상황을 가리킨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한달간 계약을 갱신한 전세거래 중 이전 보증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갱신한 계약은 125건에 이른다. 이는 전년동월(84건)대비 49%나 늘어난 것이다.
서울의 경우 이전 전세보증금 평균액은 3억4345만원이었는데 평균 갱신보증금은 2억8217만원이었다. 즉 임대인들이 기존 임차인과 재계약을 진행하며 평균 6000만원 이상을 세입자에게 돌려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역전세 건수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월 계약 건수가 70~80건 수준이었으나 올해에는 4월부터 8월까지 100건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평균 보증금 차액 역시 지난해 8월 3457만원에서 1년여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를 넘어 역월세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월세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는 집주인들이 오히려 세입자의 전세대출 이자를 월세처럼 다달이 대신 내주는 상황을 가리킨다.
금리인상 기조가 최소한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역전세, 역월세 등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