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신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신차급 중고차는 신차 가격을 역전하는 현상이 일어날 만큼 높은 수요를 보였던 중고차 가격 호황이 누구러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내 차 팔기 서비스 헤이딜러가 발표한 12월 중고차 시세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비수기와 고금리 여파로 대부분 중고차 시세가 하락했던 11월보다 이번 12월의 하락세가 더 컸다.
헤이딜러에 따르면, BMW 5시리즈나 제네시스 G80과 같은 고가 차종의 경우 중고차 시세가 11월 대비 최대 2.5배까지 하락했다. BMW 5시리즈는 11월에 시세가 3.6% 하락했지만, 12월에는 9.3% 하락했다. 제네시스 G80은 11월에 시세가 3.2% 하락했으나, 12월에는 8.8% 하락했다. 또한 아우디 A6(C7) 9.3%, 현대 그랜저IG 7.8%, 벤츠 E클래스(W213) 7.6% 등 대부분 차종에서 12월 중고차 시세가 하락했다.
이번 시세 분석은 2022년 11월 한 달간 헤이딜러에서 경매가 진행된 2018년형 주행거리 10만 킬로미터 미만 중고차를 기준으로 삼았다.
헤이딜러 박진우 대표는 “매매상사는 재고금융을 통해 중고차 매입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여러 캐피탈에서 재고금융 공급을 중단했다”라며 “이 영향으로 인해 중고차 시세 하락폭이 12월에 커졌고, 특히 고가 차종의 중고차 거래가 위축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중고차 플랫폼 ‘첫차’ 역시 지난 7일 12월 중고차 판매 순위와 시세 전망을 발표하면서 신차 출고 지연으로 반사이익을 얻었던 일부 신차급 중고차의 가격 호황이 누그러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지난 11월 첫차 플랫폼을 통해 거래된 국산·수입 중고차 데이터 분석 결과를 순위로 나타냈다. 중고차 시세는 2021년식, 주행거리 3만km 이하의 신차급 매물을 대상으로 산출했다.
신차 출고 지연이 극심했던 올해 초부터 연식이 짧은 신차급 매물은 가격 역전이 일어날 정도로 높은 수요를 보였다. 그러나 현재는 고금리로 인해 신차 할부를 비롯한 중고차 구매 시 적용되는 할부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차량 소비 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상황이다. 그 여파로 12월 중고차 시세는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산 중고차 부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인 올 뉴 아반떼(CN7)다. 그러나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1.2% 하락할 전망이다. 제네시스의 신형 세단도 비슷한 양상이다. 2021년식 올 뉴 G80와 더 뉴 G70은 각각 전월 대비 4.1%·6.4% 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모델 모두 지난달보다 평균 200만 원 이상 낮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올 뉴 G80은 최저 4,800만 원대로, 더 뉴 G70은 최저 3,400만 원대로 구매가 가능하다.
기아의 신형 쏘렌토는 장기화된 출고 지연으로 올해 특별히 화제가 됐던 모델이다. 그러나 2021년식 신형 쏘렌토 역시 전월 대비 2.1% 떨어지며 최저 3,260만 원부터 구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 다른 기아의 RV 모델인 신형 카니발은 1.6% 하락했으며, 현대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7.7% 수준으로 크게 하락해 2021년식 매물은 평균 374만 원씩 낮은 가격대에 거래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차 모델, 기아 모닝 어반과 더 뉴 레이는 각각 4.5%·2.9%씩 하락했다. 모닝 어반의 경우 2021년식의 신차급 매물도 700만 원대로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해졌다. 더 뉴 레이는 1,020만 원부터 가격이 형성돼 있다.
수입 중고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가장 많이 떨어진 모델은 2021년식 미니 쿠퍼 3세대로, 평균 8.3%씩 낮은 시세를 형성했다. 준대형 세단 부문에서는 벤츠 E-클래스 5세대가 가장 가파른 하강 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대비 E-클래스는 5.1%, BMW 5 시리즈 7세대는 3.8%, 아우디의 A6 5세대는 2.7% 떨어졌다. 그러나 신차 대비 감가율은 아우디의 A6 5세대가 38% 수준으로 가장 컸다.
첫차 관계자는 “중고차 시세에 존재하던 양극화 현상조차 전반적인 하락세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 할부 금리가 워낙 높다 보니 신차급 중고차도 줄줄이 가격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