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 진짜였나..금수저-흙수저, 첫 월급부터 격차 
‘수저계급론’ 진짜였나..금수저-흙수저, 첫 월급부터 격차 
  • 김다솜
  • 승인 2023.01.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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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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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재력은 자녀 성공의 필수조건이라는 일명 ‘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있다. 

지난 2018년 취업플랫폼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90.3%는 ‘씁쓸하지만 수저계급론은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답했다. 우리 사회에서 출세 및 성공을 위해 중요한 요소를 묻는 질문에서도 ‘경제적 뒷받침 및 부모의 재력’(37.1%)이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노동시장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오태희 한국은행 과장과 이장연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의 흙수저 디스카운트 효과’ 논문을 게재했다. 흙수저 디스카운트는 부모의 재력 부족이 자녀의 고용의 질 및 임금 경로에 유의미한 음(-)의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가리킨다. 

건강이나 수학능력시험 점수 등 각종 변수를 통제해 분석한 결과 부모의 금융자산 보유 정도에 따라 자녀의 노동시장 성과도 달라지는 점이 포착됐다. 

금융자산 1분위(하위 25%)의 부모를 둔 자녀는 4분위(상위 25%) 부모의 자녀보다 대기업·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7.6%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첫 일자리에서 받는 임금 역시 1분위 부모의 자녀가 4분위 부모의 자녀보다 10.7% 적었다. 

금융자산 2분위(하위 25~50%) 부모의 자녀와 4분위 부모의 자녀 간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분위 부모의 자녀는 4분위 부모 자녀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6.7%포인트 낮고 첫 일자리 임금은 5.3% 적었다. 다만 부모의 부동산 자산 및 부채 보유 여부 등의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흙수저 디스카운트는 첫 소득에서뿐만 아니라 이후 소득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 직장 경력이 1년차가 됐을 때 1분위 부모 자녀와 4분위 부모 자녀의 소득 차이는 6.5%포인트였고, 5년차에는 12.8%포인트까지 그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을 집필한 연구진은 “정부는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 청년층 구직자의 신용제약 완화 등을 통해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기회의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일자리 경쟁이 과열되는 점을 고려할 때 양적인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기보다는 중소기업-비정규직의 2차 노동시장에서 대기업-정규직의 1차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을 원활하게 해주는 ‘임금 사다리 효과’(Wage-ladder Effect)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고용정책 전환 필요성도 역설했다. 

연구진은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부모 등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해 열악한 일자리와 처음 매칭되더라도, 이후 노력을 통해 자신의 인적자본과 부합하는 일자리로의 이동이 신속히 이뤄진다면 노동시장 진입 초기 ‘흙수저 디스카운트’ 효과로 인해 발생한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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