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세사기 대책 다수가 임대인과 임차인간 정보 비대칭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임대차계약이 공인중개사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인중개사에게 더욱 무거운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입법의 모색’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전세사기 유형으로는 임대차계약 체결 후 임차인에게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 발생 전 임대인이 목적물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유형, 임대차계약 체결 후 대항력 발생 전 임대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매도하는 유형,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이중으로 체결하는 유형 등이 있다.
최근에는 건축주가 중개인 등과 공모해 신축빌라와 같이 시세 파악이 어려운 부동산을 매매가 이상의 전세가로 계약한 뒤 변제능력이 없는 임대인이 이같은 수백 채의 빌라를 명의이전 받고 그 임대인의 사망 또는 파산으로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유형의 사기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빌라왕 사건이 이같은 유형에 속한다.
빌라왕 사건은 부동산의 적정시세나 선순위 권리 관계, 임대인의 세금 체납사실 등 임대차 관련 정보가 임차인에게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기에 발생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전세사기 방지 방안이 주로 임대차 정보제공과 관련해 논의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작년 9월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보면 정보격차 해소와 안전한 거래환경 조성, 임차인 권리 강화 등을 통해 전세사기를 예방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회에서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주택 매매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는 방안, 임대차 정보제공에 대한 임차인의 동의요구를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임대차계약이 공인중개사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서는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에 대한 확인·설명의무를 규정하고 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시 확인·설명의 미비 등 과실로 인해 거래 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손해배상 의무를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중개대상물에 관해 공인중개사가 확인·설명해야 하는 사항은 소유권·전세권·저당권·지상권·임차권, 거래예정금액·중개보수 등이다. 임대인의 미납국세 존재 여부나 주변 부동산 시세는 설명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
보고서는 “미납국세와 주변시세에 관한 설명의무를 공인중개사에게 부여하는 방안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중개인의 미납국세 등 설명의무를 규정하고 위반시 공인중개사를 처벌하거나 손해배상의무 규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도 이와 같은 공인중개사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작년 12월 김학용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로부터 임차인 보호를 위해 선순위 권리관계, 미납세금 등의 정보를 임차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개업공인중개사에게 임대차 중개시 설명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는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중개업자가 임대차 정보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미납 국세 및 지방세를 열람해 임차인에게 알려주도록 의무화하고, 임대인이 열람에 동의하지 않을시 동의거부 사실을 임차인에게 알려주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고서는 “전세는 서민들의 전 재산일 수 있는 전세보증금을 순수한 사인에게 맡기는 행위로 전세보증금 사기와 미반환의 위험성은 임치하는 다른 계약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며 “공인중개사의 책임 강화 등 전세사기 위험성이 있는 전세계약이 사전에 체결되지 않도록 하는 입법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