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는 전세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집주인이 동의해야만 체납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오는 4월부터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체납세금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차인은 계약 체결 전 임대인에게 체납 정보와 먼저 보증금을 받게 될 선순위 임차인 정보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임대인의 납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열람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임대인에게서 납세증명서를 받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임대인의 동의를 필요로 하고 있어, 임차인이 요구하더라도 임대인이 이를 거절하면 그만이다.
납세정보 열람 기간도 문제로 꼽혀왔다. 현재는 두 가지 방법 모두 임대차 계약 이전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잔금을 치르기 전 새로운 체납사실이 발생하더라도 임대인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는 4월 1일부터는 보증금 1000만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에서 임대인의 동의없이도 세무서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미납세금 열람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납세증명서는 임대인이 직접 발급받는 것이므로 기존과 같이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열람 가능 기간도 오는 4월부터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이후부터 실제 임대차 기간이 시작되는 날까지’로 변경된다. 잔금을 치르기 전 체납 사실이 확인되면 계약 해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체납으로 인한 계약해지, 임대인 책임'
국회,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논의 중
세금 체납사실이 확인될 경우 귀책사유는 임대인에게 있다고 보고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임차인이 물지 않아도 될 수 있게 하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기 전까지는 ‘임대인의 세금 체납사실이 확인될 경우 계약해지의 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음’ 등의 특약사항을 삽입하는 것이 권장된다.
다만 임대차계약이 모두 완료된 후에는 체납 여부 열람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임대인의 납세정보 열람권 확대는 ‘조세채권의 우선순위 문제 해소’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세금이 장기간 체납되는 경우 국가나 지자체에서 부동산 등의 자산을 압류하게 된다. 현재는 압류 부동산이 매각되는 경우 세입자의 보증금보다 조세채권을 우선시해 세입자가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해당 부동산에 직접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상속세, 증여세 등 당해세에 대한 조세채권은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춘 날보다 늦게 발생하더라도 권리배당 우선순위를 갖게 된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당 부동산에 직접 부과되는 당해세라 하더라도 세입자의 대항권보다 앞서지 못하도록 하는 우선순위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때문에 임차인이 대항권을 갖춘 후부터는 조세채권 열람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한편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주택 11채 이상을 보유 중인 다주택자 가운데 고액·상습체납자는 39명에 달한다. 이들의 평균 국세 체납액은 2억원으로 1년 이상 연체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체납자도 2460명에 이른다.
박 의원은 “10여 채 이상 다주택자 중 고액·상습체납자와 같은 전세사기 고위험군에 대해 특별관리를 해야 한다”며 “국세청·국토부·법무부 등 관계 기관이 유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전세 사기 경보 시스템’ 구축을 비롯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