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1인가구 증가와 가구규모 축소 등으로 현대사회의 개인화가 가속화하는 추세다. 이에 가족돌봄 공백으로 인한 외로움과 고립은 더 이상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해외 선진국들은 외로움 및 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1세기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복지국가의 제도개혁 사례 연구’ 보고서 3장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원 수는 2000년 3.1명에서 2021년 2.29명으로 줄었다. 가구 규모 축소로 개인화가 가속화되면서 가족 기능은 약화되고 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고독사 등 여러 부정적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가가 가족의 기능을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진단이다.
■ 외로움·고립 문제, 해외에서는?
국제기구 및 개별 국가들은 외로움과 사회적 문제에 직접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각종 국제기구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관련 분석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사회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중이다.
WHO는 2021년 7월 노인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3명 중 1명은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느낀다. 또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건강, 사회 및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2018년부터 외로움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8년에는 유럽 인구의 7%가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것으로 보고됐는데 2020년 들어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로움이 6.1~19.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는 ‘외로움은 모두의 관한 것이며 개인적 이슈가 아닌 공공보건 이슈’라고 강조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곳은 일본과 독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등이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빠른 고령화와 핵가족 증가 등의 영향으로 고독사 문제가 대두됐다. 1990년대부터는 히키코모리 문제가 심화되며 다양한 대책을 실시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2007년부터 시행된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는 주민안전망을 구축해 1인가구 안부 확인 및 보호하는 방식이다. 2021년 코로나19로 외로움·고립 문제가 심각해지자 고독담당 장관을 신설해 내각관방에 고독·고립대책담당실을 설치하고 지방 창생(활성화) 담당상에게 외로움 장관을 담당하도록 했다.
독일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고립 이슈가 심화되면서 연방보건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다 함께 코로나 극복하기’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설치해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돌봄과 상호지원 관련 프로젝트 정보를 제공 및 지원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방정부는 2020~2030 외로움해결전략 중장기계획을 수립했다. 전략 실행을 위해 학계, 지방정부, 진단 및 조사영역, 시민 영역, 국제 영역 등 5가지 주체로 역할을 분담해 협력한다.
영국은 외로움을 현 사회의 가장 큰 공중보건 문제로 규정, 세계 최초로 외로움 관련 부처와 부장관을 임명하는 등의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0월 중장기 계획인 ‘연결된 사회’를 발표, 현재까지 계획을 실행 중이다.
연결된 사회는 ▲외로움에 대한 낙인 완화 ▲지속적인 변화 추동 ▲외로움에 대한 지식 및 근거 축적 등 3대 목표를 기반으로 ▲파트너십 기반 협력 ▲검증·반복·학습 의지 ▲영역·부처의 경계를 넘나드는 접근 ▲예방적 접근 및 주요 트리거 포인트에 집중 ▲지역중심 대응과 개별적 접근의 중요성 인식 등 5개의 전략개발 원칙을 세웠다.
전략 실행 주체는 정부, 민간, 지방정부 및 공공·보건 서비스 기관, 고용주, 친구·가족·지역사회 등으로 주쳅려 역할 분담과 협력이 강조된다. 집행 예산은 2018년 2000만 파운드(약320억원)의 기금을 조성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다양한 기금을 조성해 책정한다.
2020년부터 매년 연간 성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외로움 근거 생산 그룹’을 발족, 경험적인 근거를 축적하고 있다. 외로움 장관은 같은 해 코로나19 관련 외로움에 대한 대응 계획을 별도로 발표하고 실행 중이다.
■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직접적으로 대응을 하기보다 고독사에 대한 정책적 대응에만 그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고독사 예방 조례를 마련 및 운영해 왔으며, 2020년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 필요성 대두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 1년 후인 2021년 4월부터 시행됐다.
해당 법률은 고독사 예방 및 대응에 대한 국가 및 지자체 책무, 5년 단위의 고독사 예방 기본 계획 수립, 5년 단위의 고독사 실태조사 실시, 필요시 경찰청장 등에게 형사사법 정보의 제공 요청, 노인복지시설 및 사회복지시설의 장의 고독사 예방 서비스 제공 책무를 주요 골자로 한다.
보고서는 영국 사례를 바탕으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문제를 정책적 의제로 적극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고독사 문제 중심으로 접근하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주변화되고 문제를 협소하게 규정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고독사에서 범주를 넓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초점을 두고 대응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