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올해 다양한 정신건강 증진 정책을 전개하기로 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를 통합하고 청소년과 청년층을 위한 SNS 상담도 지원한다.
통계청의 2022년 사망원인 분석에 따르면 고의적 자해(자살)로 사망한 인원은 1만2906명으로, 10만명당 자살률은 25.2다. 이는 자살률이 정점을 찍은 2018년(26.6명) 대비 다소 하락한 수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0.6명)보다 2배 이상 크다.
특히 10~20대 자살·자해 시도자는 지난 몇 년간 50~70% 급증하는 추세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발간한 ‘2021-2022 응급실 자해·자살 시도자 내원 현황’을 보면 2022년 전국 응급실 이용자 769만4472건 중 자해·자살 시도자는 4만3268건이었다.
전체 응급실 이용자의 0.56%가 스스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내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자살·자해 시도자는 인구 10만명당 84.4건으로 여성(107.3건)이 남성(61.4건)보다 많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1만2432건, 10대 7540건, 30대 6071건 등의 순이었다. 전체 시도자 중 10~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달한다. 자해·자살을 시도한 10대는 2018년 인구 10만명당 95.0건에서 2022년 160.5건으로 5년만에 6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도 127.6건에서 190.8건으로 49.5% 확대됐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한 인간관계 단절과 경기침체로 인한 극심한 취업난 등으로 인해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향후 5년간 자살률을 지금보다 30%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 올해도 다양한 정책을 전개해나가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이달 1일부터 자살예방 상담전화 번호를 109번으로 통합해 운영한다. 이 번호에는 ‘한 명의 생명도(1), 자살 제로(0), 구하자(9)’라는 의미가 담겼다. 119처럼 자살이 구조가 필요한 긴급상황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기존 자살예방 상담번호 1393은 연간 10만 건 이상의 상담이 이뤄졌으나 인지도가 낮고 상담사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 청소년 상담전화(1388) 등과 함께 안내돼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109는 상담을 통한 심리적 안정 지원은 물론 112 긴급출동 및 정신건강복지센터 연계 등을 통해 자살 예방 기능을 수행한다. 정부는 상담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상담사를 기존 80명에서 100명으로 확충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문자나 메신저 등의 SNS 상담도 제공할 예정이다. 전화보다는 문자로 상담하는 것을 선호하는 청소년과 청년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20~34살 청년에 대해선 무료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현행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조현병이나 조울증도 감지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