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수익모델(BM)인 확률형 아이템이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유저들의 피로감이 극한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규제 강화 움직임까지 포착됨에 따라 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수익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BM들이 개발되고 있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온라인 게임서비스 업체인 넥슨코리아에 대해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부과 대상은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아이템 ‘큐브’와 버블파이터에서 진행한 ‘올빙고 이벤트’다.
넥슨은 지난 2010년 5월, 이용자들이 단기간 내 게임 캐릭터 능력치를 높일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 ‘큐브’를 도입했다. 이 아이템은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 중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견고한 수익 모델로 자리잡았다.
출시 당시만 해도 넥슨은 옵션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으나 같은 해 9월부터는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확률 구조를 변경하고 이를 사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후 2011년 8월부터 2021년 3월까지는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중복옵션 등의 출현 확률을 아예 0%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 역시 이용자들에게는 공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확률을 0%로 설정한 당일 이용자들에게 큐브 확률 구조가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의 거짓 공지를 올렸다.
넥슨은 또 2013년 7월 장비의 최상위 등급 ‘레전드리’를 만들고 해당 등급으로 승급할 수 있는 ‘블랙 큐브’를 출시했다. 출시 당시에는 등급 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했지만, 이후 2016년까지 1%로 점진적으로 낮추고 이용자들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
버블파이터의 경우 10~29차 올빙고 이벤트가 법 위반에 해당됐다. 당초 확률형 아이템인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언제든 골든 숫자카드가 나올 수 있도록 확률이 설정돼 있었지만 문제가 된 10~29차 이벤트에서는 매직바늘 5개 사용시 골든 숫자카드가 나올 확률을 0%로 변경했다. 6개 이상 사용해야만 골든 숫자카드가 출현하도록 한 것이다.
공정위는 “넥슨은 법 위반 기간 약관에 따라 449회에 걸쳐 사소한 게임 관련 변경 사항도 공지하면서 중요한 사항인 소비자에게 불리한 확률 변경 내용만은 알리지 않았다”며 “확률 정보 공개 이후 1600여차례에 달하는 환불 요청 등 수많은 민원이 있었는데 이를 고려해보면 실제 소비자 유인 가능성도 확인된다고 하겠다”고 밝혔다.
넥슨은 지난 2018년 서든어택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적이 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 등의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법 개정안도 2021년 2월 발생한 넥슨의 일명 ‘환생의 불꽃 사태’로 촉발된 것이다.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오는 3월 22일 시행이 예정돼 있다.
확률형 아이템 OUT
업계, 새로운 수익모델 찾아 ‘삼만리’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3년 연평균 매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게임사는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이를 홈페이지 등에 구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확률 공개 의무를 어기거나 기재한 내용이 허위로 밝혀지는 경우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새로운 수익모델 찾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넥슨은 최근 라이브 방송을 통해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콘텐츠 개선안을 발표했다. 주요 수익모델인 큐브의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고 캐릭터 레벨 구간별 획득 가능한 메소 총량 제한 설정 등을 통해 신뢰 회복에 전념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쓰론리버티’(TL)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없애고 레벨 성장에 따라 추가 보상을 부여하는 ‘프리미엄 성장일지’, 게임 플레이 진척도에 따라 유용한 아이템을 주는 ‘배틀패스’ 2종을 선보였다. 넷마블은 모바일게임 ‘세븐나이츠 키우기’에서 광고를 제거하는 월정액제를 도입했다.
패키지 게임 판매로 성공을 거두는 업체도 늘고 있다. 네오위즈가 지난해 9월 내놓은 PC·콘솔게임 ‘P의 거짓’은 출시 한 달 만에 10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브는 국내 최초 싱글패키지 누적 판매량 300만장을 넘어서는 기록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