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이 여러 가지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단순히 정해진 시간에 맞춰 영화를 상영하는 것에서 벗어나 콘서트·스포츠·게임 생중계, 체험형 전시, 강연 등을 통해 공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CGV는 지난 2022년 국내 영화관 최초로 기존 상영관을 개조한 스포츠 체험 공간을 열었다. 상영관의 높은 층고를 활용한 클라이밍 짐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숏게임 골프 스튜디오 ‘디 어프로치’를 열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체험형 전시공간 ‘랜덤 스퀘어’을 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3월까지 진행되는 ‘랜덤 다이버시티-프래그런스’는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원작 소설 ‘향수’를 모티브로 스스로의 고유한 ‘하트 노트’(심장처럼 핵심이 되는 향)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는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심리학 강연 프로그램 ‘시네 마인드 런’을 진행했다.
최근에 와서는 영화관에서 가수들의 공연 실황 영상을 상영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3월 개봉한 임영웅의 공연 실황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CGV에서 스크린X로 단독 개봉, 누적관객수 25만명을 동원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아이유, BTS, 세븐틴 등 국내 인기 아이돌들의 콘서트 필름도 잇따라 흥행을 거뒀다. 올해도 god, 에스파 등의 공연실황 영화 개봉이 예정돼 있다.
당초 이같은 콘서트 필름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콘서트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이후에도 콘서트 필름에 대한 인기가 지속되자 엔데믹으로 전환된 지금도 콘서트 실황이나 준비 과정을 영상물로 제작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이나 스포츠 생중계도 극장에서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CGV는 지난해 11월 서울고척스카이돔구장에서 열린 롤드컵(2023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을 생중계해 객석 점유율 99%를 달성한 바 있다. LG트윈스와 KT 위즈의 2023 한국시리즈 전경기를 극장 10개 지점에서 상영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9월 스포츠채널 SPOTV와 손잡고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토트넘 경기를 20개 지점에서 동시 상영하며 호응을 얻었다.
이렇게 영화관에서 가수들의 공연 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공연계에서는 ‘필름 콘서트’가 주목받고 있다. 필름 콘서트는 공연장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오케스트라가 타이밍에 맞춰 영화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해리포터, 반지의제왕, 위플래시,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 등 다양한 영화 및 애니메이션의 필름콘서트가 열린 바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인 콘서트’는 2022년 기준 클래식 공연 티켓 판매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