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 산업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인기 웹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등의 2차 창작물이 인기를 모으는가 하면, 40억원 이상의 펀딩 모금액을 모은 웹툰도 등장했다. 한 웹툰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의 방문 사전 예약은 시작 한 시간 만에 모든 시간대가 마감되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정부는 웹툰을 차세대 K-콘텐츠의 주자로 꼽으며 관련 분야 집중 육성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웹툰 산업 규모가 날로 성장하는 것과 달리 웹툰 작가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웹툰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웹툰 산업의 총 매출액은 1조8290억원으로 전년(1조5660억원)대비 16.8% 증가했다. 웹툰 산업 매출액은 관련 실태조사가 시작된 2018년 이후 5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3799억원에 그쳤던 것에서 2020년 1조538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이듬해에 1조50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특히 웹툰 플랫폼 업체의 2022년 매출액은 전년(8241억원)대비 36.8% 증가한 1조127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었다.
웹툰의 인기는 곳곳에서 체감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25일부터 웹툰 ‘가비지타임’ 공식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이 웹툰은 지난해 IP 비즈니스 매출만 70억원을 기록한 인기 작품이다. 팝업스토어는 100% 사전 예약으로 운영되는데 방문 사전 예약은 시작 한 시간 만에 모든 시간대가 마감됐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한 달여간 진행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의 단행본 및 스페셜 공식 굿즈 펀딩에는 총 3만1336명이 참여해 누적 펀딩금액 41억9889만원을 달성했다.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은 버츄얼아이돌 이세계아이돌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지난해 6월 연재 시작 후 누적조회수 1000만회를 돌파하는 등의 기록을 세웠다.
인기 웹툰의 IP를 활용한 드라마·게임·영화·애니메이션 등의 2차 창작물의 흥행몰이도 계속되고 있다. 2차 창작물이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원작 웹툰이 역주행하는 등의 선순환도 나타나는 모습이다.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지난 1일 첫 방송된 이후 동명의 원작 웹툰 조회수가 8.1배 늘었다. 이를 통한 거래액은 17.1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이 공개된 후에도 원작 웹툰의 열흘간 거래액이 직전동기대비 166배 증가한 바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은 최근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해당 애니메이션은 넷플릭스 한국 뿐 아니라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10개국 순위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웹툰의 성장세를 주목, 만화·웹툰 산업의 진흥과 육성을 위해 지원 조직과 예산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얼마 전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 발표를 통해 “웹툰 분야에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세계적 플랫폼을 탄생시키기 위해 관련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만화·웹툰 인재 아카데미’(가칭)와 웹툰 특화 번역가를 양성하는 ‘번역 지원센터’(가칭) 등의 설립을 추진해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다. 내년 문체부 내 대중문화산업과를 만화웹툰산업과로 개편하고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만화웹툰산업팀을 신설해 지원 조직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웹툰 산업의 성장세를 이끄는 주역인 창작자의 수입은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최근 1년간 1년 내내 연재한 웹툰 작가의 연평균 수입은 9840만원으로 전년대비 2030만원 줄었다. 1년 내 연재 경험이 있는 작가의 수입도 같은 기간 2097만원 줄어들어 6476만원으로 파악됐다.
작가들 상당수는 표준계약서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웹툰 작가 800명 중 표준계약서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7.0%였지만, 이 양식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이들의 비율은 16.4%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