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계속 하는데 이익은 기대에 미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던 플랫폼 사업자들이 하나둘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수익부진, 만년적자 꼬리표를 달고 있던 긴 어둠의 끝에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대표적인 사례로는 1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쿠팡이 있다. 쿠팡은 물류 투자로 인해 지속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얻었지만, 현재 결국 시장의 승리자가 됐다. 그때마다 했던 말이 '계획적인 적자'라는 것이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마켓컬리도 쿠팡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최근 지난해 매출이 역대 최대치인 매출 2조77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간 손실액도 1, 43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0%를 감소시켰다.
컬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3년 4분기(이하 연결기준) 매출은 5,3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0% 줄어든 251억 원이었다.
특히 12월에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조정 상각전영업이익(이하 EBITDA) 흑자를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의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12월 EBITDA는 전년 동월 대비 약 100억 원 증가했고, 흑자 기조는 올 2월말 기준 3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컬리 측은 이러한 성과는 마케팅비와 물류비, 고정비 등 비용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과 지속 가능한 매출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으로 전하며, 운반비와 포장비 등 물류비의 경우 배송 효율성 개선과 규모의 경제 효과로 약 160억 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또 신사업인 뷰티컬리와 수수료 기반의 3P, 컬리멤버스 등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컬리 김종훈 CFO는 “지난해 유통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신사업 진출과 구조적 비용 개선 등의 효과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며 “신규 물류센터 구축 등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된 만큼 올해는 흑자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성장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이 개선되면 기업공개(IPO)를 다시 추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컬리는 상장을 준비하다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무기한 연기를 한 바 있다.
수익모델이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당근도 지난해 17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15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창사한지 8년 만이다.
당근은 2023년 매출이 2022년 499억 원 대비 156% 증가한 1276억 원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당근 측은 지역 커뮤니티 사업을 본격화(동네생활 전국 오픈)한 2020년 매출 118억 원 달성 이후 불과 3년만에 10배 이상 성장한 수치라고 분석했다.
또 광고주 수와 집행 광고 수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2.5배 이상 성장했다. 최근 3년 간 광고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은 122%로 매년 두 배 이상의 고속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근마켓 연결 기준으로는 북미, 일본 등 해외 법인과 당근페이의 자회사 비용이 영업비용으로 편입되어 11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다만 당근마켓 자체적인 이익 창출의 결실로 전년 대비 98% 이상 영업손실 규모를 줄이는 성과를 보였으며, 당기순이익 관점에서는 2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당근은 이같은 기세로 구인구직, 중고차, 부동산 등 버티컬 사업 영역에서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해외 시장 진출도 공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1월 'Karrot(캐롯)'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에 첫 선을 보인 당근은 현재 캐나다, 미국, 일본 등 4개국 560여 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북미 시장 진출의 거점지로 삼은 캐나다의 경우 2024년 2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일본 역시 전년 대비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3.5배 이상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황도연 당근 대표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큰 폭의 매출 성장과 비용 효율화를 통해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견고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단기적 손익 극대화보다는 미래 비전을 향한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광고 수익이 급증한 일은 축하할 일이나, 지난해 전체 매출 중 광고 매출 비중이 99%에 달하는 상황이라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 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