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포노믹스 부상 → 슬립테크 관심으로 이어져
애플·삼성·LG 등 빅테크, 슬리포노믹스 시장 진출 잇따라
숙면을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한국인의 수면 시간 부족 및 낮은 수면의 질이 사회·경제적 손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에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슬리포노믹스는 숙면에 도움이 되는 제품에 투자하는 소비현상을 말한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돈 되는 잠, 슬리포노믹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OECD 2021년 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일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51분으로, OECD 회원국 평균(8시간 27분) 대비 30분 이상 부족하다.
수면의 질 역시 낮다. 필립스가 2021년 3월 전세계 13개국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면 조사 결과 세계인의 55%가 수면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한 반면, 한국인은 41%만이 만족한다는 답을 내놨다.
수면 장애는 고혈압·심혈관 질환·당뇨병 등 만성질환, 비만, 우울증 등을 유발하면서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면 부족의 사회경제적 손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 부족으로부터 발생하는 연간 경제적 손실은 국내총샌산(GDP) 대비 0.85~2.92%로 추정된다.
KPR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수면에 관한 245만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면에 대한 관심은 전년대비 15% 증가했다. 이같은 관심은 슬리포노믹스 현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수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침대·베개·이불 등 기본 침구 외에도 침실 온도·공기·조명 등 환경 요건, 침구 소재와 IT 기술 접목, 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숙면 관련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특히 AI와 IoT를 활용해 수면 상태를 분석하고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해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SleepTech)가 주목받고 있다. 슬립테크는 수면 문제를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는 첨단기술을 말한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는 2011년 4800억원에서 2021년 3조원으로 10년간 6배 이상 증가했으며, 글로벌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2026년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열린 CES 2024(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도 수면 건강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가 30여종 출품됐다. 헬스케어 디바이스 전문 기업 텐마인즈(10Minds)는 AI를 탑재한 베개가 코 고는 소리를 인식해 자동으로 부풀어 고개를 움직이게 하는 모션필로우&시스템으로 최고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프리미엄 침구류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170년 역사의 스웨덴 브랜드 해스텐스의 매트리스는 가격이 3000만원에서 12억원까지 호가해 ‘매트리스계 롤스로이스’로 불린다. 기존 해스탠스 매트리스 고객은 사업가와 의사 등 고소득 종사자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 대기업 직원, 30대 초중반의 예비 신혼부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숙면에 도움을 주는 차나 천연 수면제 성분을 함유한 식음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수면 전 셀프케어를 통해 마음의 안정과 숙면을 유도할 수 있는 뷰티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슬리포노믹스를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해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애플은 애플워치에 수면무호흡증 감지 기능을 추가해 수면 중 이상 발견시 착용자에게 고지하고 의사 상담을 권유하는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삼성은 지난해 6월 미디어 브리핑에서 삼성헬스의 주요 미래 전략 중 하나로 수면 기능을 꼽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 2022년 사내독립기업(CIC) 슬립웨이브컴퍼니를 설립하며 슬리포노믹스 시장에 진출했다. 귀에 직접 신호를 투사해 숙면을 유도하는 웰니스 솔루션 ‘브리즈’는 실시간으로 뇌파를 모니터링해 사용자 상태를 측정하고, 스마트폰에 기록된 생활 데이터와 연계해 숙면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
보고서는 “현대인의 고질병인 수면 장애 환자가 지속 증가함에 따라 슬리포노믹스 시장 성장이 가속화 될 전망”이라며 “그동안 의료기기 기업,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슬리포노믹스 제품 개발이 이뤄졌다면 향후에는 이종분야 기업 진출과 기업 간 협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