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을 가르키는 Z세대 사이에서는 소수의 찐친과만 일상을 공유하는 폐쇄적인 SNS가 떠오르고 있다. 라켓, 투다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폐쇄형 SNS다.
과시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불특정 다수의 일상이 무작위로 뜨는 인스타그램에 피로감을 느낀 요즘, 친한 친구들과 소통은 가능하면서 피로한 콘텐츠는 자연스레 차단해주는 라켓이라는 폐쇄형 앱을 필자가 직접 사용해봤다.
라켓의 주된 기능은 딱 20명까지만 친구를 맺을 수 있고 사진을 기반으로 서로의 상황과 컨디션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으며 친구의 사진을 홈 화면에서 위젯을 통해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라켓의 기본 콘셉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사진 기반 소수정예 느슨한 소통 SNS’.
앱을 설치한 초반에는 의문이 들었다. ‘소수에게만 내 상태나 상황을 공유할 거면 카톡방의 대화나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친한 친구 기능을 활용하면 되는 거 아닌가?’ 사용하다 보니 카톡과 인스타그램으로 해소할 수 없는 고민을 해결한 라켓만이 가진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라켓 장점 1.
카톡과 달리, 즉각적인 반응과 실시간 대화에 대한 부담이 없다.
라켓은 카톡으로 상황이나 상태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부담이 있을 때 사용하기 좋았다. 카톡은 상대의 확인 여부를 ‘1 표시’의 유무로 알 수 있는 메신저 앱이기 때문에 화자와 청자 모두 ‘즉각적인 응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화자는 상대가 읽었는데도 답을 주지 않으면 괜히 서운하고, 청자도 읽은 상태에서 답을 할 수 없을 때 괜히 미안한 것은 우리 모두 한 번씩은 겪어보았다.
반면, 라켓은 1:1로 게시글을 게재하여 카톡처럼 메신저 기능을 하는 동시에 기본적으로 SNS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반응을 보일 의무가 없어 편했다. 상태와 상황을 업로드하고 친구가 여유로울 때 반응을 보이기를 기다리면 그만. 마찬가지로 친구의 게시글을 확인했어도 즉시 응답하지 않아도 괜찮다. 친한 친구와의 느슨한 소통, 카톡과 다른 라켓의 첫 번째 장점이다.
▲라켓 장점 2.
인스타그램과 달리, 불특정 다수의 일상이 차단된다.
인스타그램 세상은 너무 빠르고 부지런하며 똑똑하다. 필자는 본업과 집안일, 운동만 해도 하루가 끝나는데 인스타 세상의 사람들은 사이드 잡까지 병행하며 수익을 낸다. 필자는 7시에 일어나도 하루가 피곤한데 인스타 세상의 사람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공부하고 스스로를 관리한다. 소위 ‘갓생 인플루언서’들의 삶이 동기부여를 줄 때도 있지만 무작정 그들의 속도를 따라잡아야 할 것만 같은 조급함을 심어주는 것도 사실이다.
라켓에서는 불특정 다수 삶의 좋은 면을 보며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 좋았다. 20명까지만 친구를 맺을 수 있으며, 친구가 아닌 이들과는 내 게시글을 공유할 수도, 그들의 게시글을 열람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타인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할 수밖에 없던 인스타그램이 피로했던 이들, 그러면서도 친구의 생각과 일상은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라켓을 이용해보길 추천한다. 불특정 다수의 일상을 차단해 준다는 점은 인스타그램과 다른, 라켓의 두 번째 장점이다.
▲라켓 단점도
반면, 라켓 앱 평가를 통해 ‘친구 제한 20명이 너무 적다’ 혹은 ‘음악 공유 시 특정 서비스는 연동이 안 된다’, ‘그룹 톡이 없어 아쉽다’ 등의 의견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필자 역시 그룹으로 묶인 톡방 기능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에 세 번째 의견에는 동의하는 바다.
본디, 비리얼 등 새로운 SNS는 지금까지 다양하게 출시되어 왔지만, 이들 앱 중 꾸준히 사용하게 되는 앱은 극소수였다. 과시없이 친구들과 소통하게 하는 장점을 가진 라켓 앱이 단순히 반짝하는 유행으로 소비되어 금새 우리의 폰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요하면서 정답고 솔직한’ 정체성을 가진 SNS로 굳건히 자리 잡길 기대해본다.